후쿠시마 오염수로 이 난리인데…고준위 방폐장은 어찌할 건가?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7. 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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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주간국장
남의 나라 원전 오염수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는 사이 정작 우리 내부의 시급한 원자력 현안은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얘기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량은 최소 7000mSv라고 한다. 직접 노출되면 하루 만에 사망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양이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지하 수백 미터 깊이로 동굴을 파서 보관하는 ‘심층 처분’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지진이나 지하수에서 자유롭고 인구가 적은 지역을 택하는 등 입지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지금은 각 원전에 임시 저장되고 있다. 한빛원전, 한울원전 등은 2030년이면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사용후핵연료를 모아둘 공간을 따로 만들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더구나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면서 205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게 안 되면 EU로의 원전 수출길은 막힌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부는 방폐장 건설 부지 선정과 시설 공사 등에 약 37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시설을 짓는 데도 최소 7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국내 임시 저장시설 포화 시점, EU의 처리시설 확보 요구 시한 모두를 맞출 수 없다.

다행히 고준위 방폐장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인정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고준위 방폐장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고준위 방폐장 설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국민 안전, 원전 가동 유지, 대외 수출을 비롯한 경제성 등 여러 이유에서 고준위 방폐장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갈수록 고준위 방폐장은 더욱 꼬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기본 바탕은 ‘국민 안전’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수산물이나 음용수를 통해 조금이라도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긴다. IAEA가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해도, 오염수가 포함된 해류가 우리 앞바다에 오려면 4~5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 농도는 더욱 희석된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을 제시해도 소용없다.

고준위 방폐장은 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그것도 우리 땅에 묻어야 하며, 현 임시 저장소에서 꺼내 이동시켜야 하는 초고위험·고난도 작업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고준위 방폐장에는 국민 건강과 안전 이슈를 어떻게 대입할지 궁금하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염수 희석 장비인 알프스(ALPS)가 제대로 작동할지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일본이 새로 만든 장치인데 언제 어떻게 고장 날지 누가 알겠냐는 논리다. 우리가 건설해서 운영하게 될 고준위 방폐장도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자 설비다. 민주당 얘기대로라면 일본 기술은 못 믿고 우리는 믿을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나와야 한다.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21대 국회안에 어떤 식으로든 공론화돼야 한다. 민주당이 자가당착을 해결하는 데만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흘러갈 것 같아 안타깝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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