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모아온 합의금 덕분에 감형…보이스피싱 가담 20대 '눈물'

광주지법, 보이스피싱 가담 20대에 집행유예 3년
모친이 피해액 1억원 변제 약속
판사 "부모에게 고마워하고, 제대로 살아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가담한 죄로 실형을 살던 20대가 어머니가 모아온 합의금 덕분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감형을 받고 교도소를 나올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부모에게 고마워하고, 밖에 나가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꾸짖었다.

17일 광주지법 형사1부(김평호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22살 A씨에 대해 징역 형량은 유지하되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대출업체 직원과 추심업체 직원 행세를 했고, 피해자들로부터 1억원 이상의 피해금을 가로채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피해 합계액이 1억원을 넘었고 대부분이 변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가 큰 범죄로 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게 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를 집행유예로 감경했다. A씨가 피해자 2명에게 피해액 전액을 공탁했고, 또 다른 피해자 2명에게는 몇백만원의 합의금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달 일부를 갚는 조건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금 상당액을 공탁하고, 피해액을 매달 일부씩 갚기로 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감안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석에서 떨고 있던 A씨는 판결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법정에 있던 A씨 어머니도 아들이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게 되자 앉은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김 부장판사는 A씨를 불러 "피고인, 합의금 누가 마련했어요?"라고 물었다. A씨는 "저희 어머니가 도와주셨습니다"고 답했다.

김 판사는 "1억원을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하셨겠냐"며 "피고인이 1억원을 모으려면 1년에 1000만원씩 모은다고 해도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쉽게 벌려면 죄를 짓게 되지만, 착실하게 모으려면 그렇게 힘들다"며 "부모에게 고마워하고 밖에 나가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어 "이번에는 부모님 노력으로 해결됐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편 보이스피싱 피해는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이 최초로 발생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피해 금액은 3조8681억원에 달한다. 1건당 피해 금액은 2019년 1699만원, 2020년 2210만원에 이어 2021년 2500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로 검거되는 이들의 42.3%는 현금인출 및 전달책 역할을 수행한 20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쉬운 일로 고액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