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사우디 빈살만, 회담서 "에너지협력 강화·전략대화 창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6일(현지시간) 양국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외교장관급 전략 대화를 창설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17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기시다 총리는 사우디 실권자로 평가되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제다에서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에너지·무역·관광 등 양국 관계를 심화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국제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기시다 총리는 사우디가 오랫동안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요 광물 탐사, 태양광 발전 정비, 수소·암모니아 제조 등 석유 이외의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사우디가 제안한 청정에너지 협력 틀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안건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소 시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 등의 정제 기술에 관심이 크다”고 짚었다.
또 “기시다 총리의 중동 방문에 일본 기업 약 40곳이 동참했고, 사우디 측과 에너지 분야에서 문서 26건을 체결했다”며 “일본은 기술 협력을 통해 사우디와 관계를 강화하고,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양국이 시동을 걸기로 한 전략대화는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깊게 할 협의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와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투자와 교류 활성화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우디에 일본의 반도체와 배터리(전지) 분야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일본 투자를 중시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와 빈 살만 왕세자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동아시아와 중동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은 이번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 이후 취재진에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이라는 지금까지의 관계에서 벗어나 탈탄소 시대에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을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우디에 이어 17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 회담하고 기후변화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탈탄소화나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UAE에서는 오는 11∼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된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자심 모하메드 알비다이위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과 만나 내년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 협의를 시작하고, 외교장관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협력 기구다.
일본과 GCC는 2006년에 FTA 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나, 2009년을 끝으로 교섭이 중단됐다.
전날 중동 순방을 시작한 기시다 총리는 사우디와 UAE에 이어 카타르를 방문한 뒤 19일 귀국한다. 일본 총리가 중동을 방문한 것은 2020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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