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핵협의 하루 앞두고…北김여정 "美 확장억제 강화시 회담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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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회담 멀게 만들어"
이날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국 측은 우리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돌아가고 있다"며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할수록, 군사동맹 체제를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 인터뷰에서 "북한에 전제 조건 없이 핵 해법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표명한 바 있다.
또한 김 부부장은 한ㆍ미 당국이 오는 18일 서울에서 NCG 첫 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전날 밤 미국의 아침 시간대를 노려 담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오늘 우리앞의 현실은 우리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공공연히 모의하는 《핵협의그루빠》회의소집과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수역에 진입하는 미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적으로 조미(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위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의 잠정 중단이나 전략자산 전개의 중지, 가역적인 제재 완화 따위로 우리의 전진을 멈추고 나아가서 불가역적인 무장해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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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해도…"
김 부부장은 이어 대화 재개 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미련을 드러내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설사 미군 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어도 해외 주둔 미군 무력이 다시 들어오는데 보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로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그동안 거론되던 비핵화 반대 급부의 잣대를 더욱 높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부부장이 직접 주한미군 철수를 '환상적인 옵션'이라고 거론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에 대한 미련을 나타낸 거란 지적도 있다.
또한 김 부부장은 이어 "우리는 윤석열이나 바이든과 같은 그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략을 구사할것이 아니라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대한민국》과 세계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구속력 있게 유지될 수 있는 미 의회가 인준한 '평화 협정' 등을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여정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 개발을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는 미국과 달리 자신들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조건 있는 대화를 요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추가 도발도 예고
또한 김 부부장은 이날 지난 12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언급하면서 추가 도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것은 이미 개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적공세의 시작일따름"이라며 "우리는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며 조선반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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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꺾쇠 강조 '눈길'
한편 이날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과 '남조선'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11일 담화에서 한국을 두고 '대한민국'으로 불러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한국을 '남조선'으로 불렀고, 이날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두 용어를 혼용했다.
또한 김 부부장이 쌍꺾쇠를 여러 차례 사용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담화 전반에서《전제조건없는 대화》,《외교의 문이 열려있다.》,《CVID》, 《대한민국》,《테로지원국》,《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등이 쌍꺾쇠 처리됐다.
남북 어문당국이 공동으로 편찬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북한 어문규정에 따르면 쌍꺾쇠 표기는 이미 나온 대목을 인용할 때나 특정 표현을 특히 강조할 때, 혹은 '이른바'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다만 이날 김 부부장이 쌍꺾쇠와 함께 표기한 부분은 '대화', '외교', 'CVID', '대한민국' 등 유독 북한이 거부 반응을 느끼는 용어를 대상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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