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제방 붕괴, MB 4대강때 지방하천 정비 묵살한 탓"
[김병기 기자]
▲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 4대강 다큐팀 |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금강이 넘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여당 지도부가 17일 충남 공주 옥룡동 등 수해현장을 찾아가 쏟아낸 발언이다. 이들에게 수해현장은 정략의 장이었다. 심지어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이후 추진하려다 좌파들 반대로 무산된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4대강재자연화' 사업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하지만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장)은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환경단체들이었고, 홍수 예방 등의 명분을 내세워 4대강 바닥을 굴착했지만, 제방에 대한 관리 부실로 금강 제방이 뚫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 16일 오전 5시 43분께 성동면 원봉리 인근 논산천 제방 50m(높이 11.5m)가 무너져 논산천 물이 농지로 흘러들고 있다. |
ⓒ 논산 소방서 제공 |
"금방 제방 붕괴, 파이핑 현상 때문"
우선 박 교수는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 보도된 논산 지역의 금강 제방 붕괴 사진을 보니 파이핑 현상(구조물과 흙 이음새 사이에 틈이 생겨 그 사이로 물이 빠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장에 가서 정밀 조사를 해야겠지만, 결국 제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작은 구멍에 물길이 생겼고, 그 구멍이 수압에 의해 점점 커지면서 제방이 붕괴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2020년 8월에 낙동강 합천보 직상류 지점에서도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때도 파이핑 현상으로 무너졌다"면서 "결국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진짜 관리해야 될 것을 놓치고, 쓸데없이 땅을 파는 굴착사업에만 집중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여당 의원들이 지금에 와서야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이명박 정권 때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을 했는데, 사실 당시에도 4대강사업 구간은 97% 이상 하천정비가 끝난 상태였다. 4대강보다 몇십 배나 많은 지방하천의 정비율은 50% 정도였고. 그래서 우리들(환경단체)은 4대강 본류보다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을 정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그걸 묵살했다."
▲ 박창근 교수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정비사업을 반대하면서 정부의 홍수-가뭄 통계수치를 활용해 이와 같은 표를 제시하고 다녔다. |
ⓒ 김병기 |
▲ 4대강 본류와 지류의 피해액을 통해 홍수 피해의 규모를 알 수 있다. |
ⓒ 소방방재청 |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희생을 당한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13명에 달한다. 대다수 언론들은 경고시스템, 방재시스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위험지역 통제는 기본 원칙"이라면서 재난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호강의 범람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 역시 오늘 현장을 조사해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겠는데, 크게는 두 가지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미호천교의 4차선 교량을 6차선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제방에 손을 댔다. 임시로 쌓아놓은 모래제방이 취약해졌고, 파이핑 현상이 나타났을 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법정 홍수기는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3개월간이다. 홍수기에는 하천 제방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하천 제방 공사를 하더라도 6월 21일 전까지 완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보니까 8월 말까지 교량공사를 한다고 되어 있더라. 8월에는 태풍이 올 수도 있는데... 완전히 위험에 노출시켜 버린거다."
박 교수는 "하천관리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제대로 돌아갔다면 행정지도 등을 통해서 6월 21일 이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완료시키도록 사전에 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오전에 몇 군데 돌아봤는데 다들 난리가 났더라. 물이 5cm정도 차 있었는데, 도로 전부를 통제하고 있더라. 비가 올 때는 맞는 대처다. 그런데 비가 그친 상태에서 통제를 했다. 소위 과잉통제다. 홍수 전에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서는 도로 통제 지침을 배포한다. 우크라이나 갔다가 뒤늦게 귀국한 대통령이 과잉대응해야 한다고 하니까 공무원들이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는거다. 매뉴얼이 없어서다.
또 산사태로 인해 사망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산사태 대응 시스템을 보니까 산사태 위험지구 고시를 '통으로' 해놨더라. 가령 충청남도 일원. 그럼 공무원들은 어디가서 무엇부터 해야할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거다. 재난대응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 산사태로 초토화된 마을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에서 주택 5가구가 매몰돼 4명이 사망하고 1명을 수색 중이다. 2023.7.15 |
ⓒ 연합뉴스 |
박 교수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상임공동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불법 사찰 등의 피해를 받았었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이 완공된 뒤에도 계속해서 매년 낙동강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며 모니터링을 해온 보기 드문 학자이다.
그는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1주일도 안돼서 영남인 1300만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시퍼렇게 녹조가 창궐할 것"이라면서 "4대강사업 때 만든 보 때문에 국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여당 의원들은 수해현장 난리통까지 가서 4대강사업을 찬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낙동강의 보 상류 지역에 가서 확인하면 오염물질들이 강바닥에 2m 두께로 쌓였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가 금강과 영산강에서 확인하지 않았나. 보 수문만 열어뒀는데도 녹조의 95%가 사라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수문개방'은 금칙어가 된 것 같다. 보 철거 얘기가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4대강사업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녹조가 생기든 말든, 이 정부 기조는 '보 철거 불가'라고 화끈하게 밝히는 편이 좋을듯하다"면서 "이미 정무적, 정치적 판단을 해놓고 과학이라는 이름을 포장지를 싸려고 하는 건, 아주 무책임한 모습이다, 가령 일본 핵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검증 운운했는데, IAEA 보고서에 과학이 있었던가"라고 성토했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이번 참사는 후진적인 재난사고였다.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은 부재했다. 책임자부터 이걸 인정하고 사과해야한다. 윤 대통령처럼 무조건 공무원들에게 호통부터 치고 수사하겠다고 겁주면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한다. 지금이라도 산사태 등으로 인명피해가 날 것 같은 지역을 집중 마크하면서 공무원들을 배치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 사람, 10만인] “4대강사업 때 지방하천 정비 묵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17일 오마이뉴스는 금강 제방이 붕괴된 논산 지역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기차로 이동하던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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