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 외치며 필사의 역주행…"1분 더 있었다면 난 죽었다"

13명이 사망한 충북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현장에서 극적으로 차를 돌려 역주행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구민철(55)씨가 급박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만약 거기 1분만 더 있었다면 저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희생자 5명이 발생한 747 광역버스를 앞에 두고 멈춰선 뒤 차를 돌렸다.

구씨는 지하차도 안에서 747 버스에 가로막혔다. 이 버스에선 5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사진 KBS 캡처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씨는“(15일 오전) 7시2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상당히 늦었다. 다른 길은 폭우로 통제가 많았는데 세 번째 경로인 궁평지하차도는 통제가 안됐다”고 지하차도로 진입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서 세종시 방면으로 출근하던 길이었다. 구씨가 지하차도에 들어갔다 빠져나온 시간은 15일 오전 8시30분쯤이다.

그는 “지하차도 진입하고 버스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상황을 보니까 (앞에) 웅덩이가 져 있었다. 차선 반대편 오르막차로에서는 차 몇 대가 비상등을 켜고 올라가더라”라고 탈출 직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이 벌써 이렇게 차 있는데, 제가 봤을 때는 (물이) 버스 (앞) 바퀴까지 왔다. 다시 차에 탔을 때는 (버스) 뒷바퀴까지 (물이) 갔다. 제 차를 못 돌렸다면 물이 제 차를 먹었을 거다”라고 역주행을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제가 1차선에 있었고, 바로 옆 2차선에 차가 없었다. 돌릴 공간이 충분했다.”

구씨가 역주행하며 빠져나오는 순간이다. 그는 손짓으로 탈출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 KBS 캡처

그는 “만약 거기 있다가 가만히 1분 정도 있었으면 저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본능이었다”고 덧붙였다.

구씨는“제가 1차선으로 역주행했다. 그런데 2차선으로 다른 차들이 다 붙었다”라며 “창문을 내려서 계속 돌리라고 손짓을 하면서 역주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구씨는“빼빼빼”, “차 돌리셔. 물 차. 물”이라고 주변 차들에게 위급한 상황을 알리며 회차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구씨는“움직인 차들도 있었고, 지하차도 바로 앞에서 바로 돌린 차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연합뉴스에 돌아가신 분께 예의가 아니라며 육성인터뷰는 사절했다.

궁평제2지하차도에서는 15일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13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구씨의 빠른 판단과 실행, 주변에 위험을 알리는 행동 등이 없었다면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