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밥장인 연봉 2700만원, 美선 7억…"선진국 일본 끝났다"

임성빈 2023. 7. 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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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한 노동자가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선진국으로서의 일본은 끝나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

정체된 임금 상승에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까지 일본을 떠날 것이란 비판적 지적이 나왔다. 일본에서 ‘괴짜 벤처기업인’으로 불렸던 호리에 다카후미(51)가 일본의 미래상을 담아 새로 출간한 책에서다. 호리에는 “일본인에게 ‘디플레이션 정신’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을 담은 호리에의 신간 『2035년, 10년 후의 일본』은 17일 현재 아마존재팬에서 정보기술(IT)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2000년대 IT기업 ‘라이브도어’를 성공시켜 일본 ‘벤처 신화’의 상징적인 인물로 올랐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논란과 인기를 모두 얻었던 그는 분식회계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복역 후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스’라는 항공 우주기업을 설립해 일본 최초로 민간 로켓 발사를 시도하고, 저술과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 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호리에의 책을 인용하며 “선진국으로서의 일본은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호리에는 책에서 “그동안 일본은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쪽이었다면, 이제 일본인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지적한 일본 청년 이탈의 배경엔 높아지지 않는 임금이 있다. 실제 올 2월 NHK 방송은 일본에서 월급 20만 엔(약 182만원)을 받던 한 간병인이 영어를 배우고 호주에서 일한 뒤 월급이 80만 엔(약 730만원) 수준으로 오른 사연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온라인에선 연봉 300만 엔(약 2738만원)이었던 초밥 장인이 미국에서 8000만 엔(약 7억3000만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도 화제였다.

책은 “아직 많은 일본인에게 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사회학자 에즈라 보겔의 책 제목인)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화한다는 게 호리에의 전망이다.

호리에는 “일본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없다”며 “국민에게 ‘디플레이션 정신’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짚었다. 원재료나 연료 등의 비용이 올라도 이런 기조 때문에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고,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줄 수도 없다는 의미다. 그는 “오히려 ‘우리는 가격 인상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기업에 박수쳐주는 풍조조차 있다”며 “원래는 서비스나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가격도 올려서 직원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이미 심각한 일본에서 청년 노동자가 해외로 떠나면 일본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전망도 했다. 호리에는 “국내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면 일본 산업은 공동화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벤처기업인 출신 호리에 다카후미의 신간 『2035년, 10년 후의 일본』은 17일 기준 아마존재팬 정보기술(IT)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아마존재팬

반대로 외국인 노동자도 일본으로의 이주를 꺼린다는 게 호리에의 지적이다. 그는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에서 오는 젊은이가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대부분 ‘외국인 기능 실습 제도’에 따라 체류 자격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능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을 부당하게 대접하는 고용주가 많다”고 했다.

그는 “저임금, 임금 미지급. 폭행이나 성희롱, 산업재해 등의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며 “2000년대부터 이미 미국과 유엔으로부터 ‘노예제도 같다’ ‘학대·착취적인 관행’이라고 지적돼 개선이 요구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착취를 당한 그들은 모국에 이 사실을 전하고, 일본에 오지 않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서비스력도 필연적으로 저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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