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연합군 vs 反쿠팡연대, 기싸움에서 세 규합하며 전면전 ‘확전’

김민상, 최선을 2023. 7. 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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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컬리 푸드 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행사에는 마켓컬리에 입점한 85개 협력사가 참여해 130여 개 식음료 브랜드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하림 즉석밥 ‘100원’. 쿠팡이 17일 오전 정가 7100원짜리 하림 즉석밥 세트를 전용 회원 대상으로 파격 할인(3만 개 선착순)하자 식품·유통 업계에서는 “쿠팡이 CJ제일제당에 한 방 날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불과 열흘 전 컬리의 첫 오프라인 행사에서 CJ제일제당은 ‘햇반 골든퀸쌀밥’을 공개하는 등 지원군으로 나선 것에 대한 카운터블로(받아치기)라는 의미다. 컬리는 지난달부터 ‘당일 배송’을 시작하며 쿠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햇반’으로 국내 즉석밥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납품가 갈등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쿠팡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LG생건·신세계 ‘반쿠팡 동맹’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만 해도 두 회사가 햇반의 공급 중단을 둘러싸고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며 서로 쉬쉬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를 바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쓱닷컴‧G마켓‧옥션과 손잡고 ‘반(反)쿠팡동맹’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사업을 펼치는 LG생활건강도 여기에 합세했다. LG생건은 2019년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한 뒤 쿠팡과 절연한 상태다. 신세계 유통 계열사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하면 ‘유시몰 가글제로 민트’(LG생건)를 사은품으로 주고, LG생건 제품을 사면 ‘비비고 육개장’(CJ제일제당)을 주는 등 ‘궁합 마케팅’도 선보였다.


쿠팡 “중소 협력업체와 윈윈할 것” 맞짱


쿠팡은 협력 업체와 연대를 내세운다. 쿠팡에 따르면 유피씨·시아스·참미푸드 같은 중소 규모 즉석밥 업체의 올 1~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해 최고 100배 이상 늘었다. 즉석국‧냉동만두 등도 중소 업체 판매량이 같은 기간 60%가량 증가했다.

쿠팡 측은 이런 성과를 소개하면서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중소‧중견 기업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쿠팡에서 판매하는 즉석밥 홍보물. 사진 쿠팡

식품 업체는 자사몰로 온라인 업체에 대항


여기에 더해 식품 업체들은 저마다 디지털전환(DX)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온라인몰 견제에 나섰다. 자사몰을 강화해 충성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는 지난 3월 기존 ‘오뚜기몰’을 개편해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하고, 특별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타임딜’ 코너를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뚜기의 다양한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브랜드관’ 등을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자사몰 ‘프레딧’의 지난해 매출은 1100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1000억원)의 10% 수준이다. 올 상반기엔 870억원으로 늘었다. 자체 브랜드(PB)를 늘리면서 ‘락인 효과(고객 묶어두기)’가 커지면서다.

사실 데이터에 ‘올인’하는 온라인 유통 업체와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기존 오프라인 업체 사이의 갈등은 세계적인 난제다. 2017년 아마존이 40년 업력을 가진 홀푸드를 인수했을 당시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고객 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엄격하게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아마존과 사람 중심으로 접근하는 오프라인 기업 간 문화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예견한 바 있다.

오뚜기가 올 3월 개편한 자사몰 ‘오뚜기몰’ 화면 캡처. 사진 오뚜기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대규모 물류망과 빠른 배송 시스템, 간편 결제로 유통 시장의 지형도를 새롭게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된 건 사실”이라며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면서 누가 고객을 더 감동하게 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상‧최선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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