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필수'된 통화내역 제출명령…대법원 "통신사, 거부할 수 없다"
민사·가사소송에서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통신사가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SK텔레콤이 재판부의 통화내역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했다가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되자 부당하다며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2016년 전주지법은 한 이혼소송에서 재판 당사자의 신청을 받고 SK텔레콤에 통화내역 제출을 명령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협조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 제출이 불가하다”고도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SK텔레콤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항고했지만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방법으로 ‘사실조회’와 ‘문서제출명령’이 있다. 사실조회는 강제성이 없는 반면, 문서제출명령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면 재판부가 통신사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제출명령 신청이 자주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일부 통신사는 통신의 자유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사실조회를 통해 통신사에 통화내역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문서제출명령과 관련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어 통신사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지 논란거리였다.
대법 “통화내역 제출명령, 엄격히 심사해야”
이날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이미 사실조회를 통한 통화내역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사실조회보다 더 엄격한 절차를 통해 내려지는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통화내역을 제공하는 건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선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법원은 문서제출명령이 신청된 통화내역의 내용과 기간이 신청인이 증명하려는 사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어떤 통화내역을 받을 건지 특정하지 못하고 문서제출명령을 내린 경우엔, 받은 자료 중 관련 없는 부분을 즉시 폐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대법원은 덧붙였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4명 중 8명의 다수의견으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안철상·민유숙·노정희·오석준 대법관 등 4명은 “민사소송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사에 서로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지시하고 있다”며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민사소송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태료 재판은 이미 내려진 문서제출명령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절차인데, 이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는 없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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