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에…용산 "순방전 수해대비 구체 지시"

이해준, 이세영 2023. 7. 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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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데 대해 야당과 대통령실 사이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윤 대통령이 최근 유럽 순방 일정을 연장하며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제헌절 경축식 후 기자들과 만나 '수해 상황에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민생을 생각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일기예보로 예견됐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주무 장관 전부 자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가가 없다는 걸 이재민들이 실감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을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손을 잡은 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순방 연장과 관련해 "당장은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었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공격 대상이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게 대통령 측에서 나올 이야기인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물난리로 고통을 겪을 때 대통령은 자리에 없었고 대통령 부인은 명품 숍을 거닐었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에 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다 들어 있다"며 "거듭된 직무 유기에 의한 대형 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할 때 적용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 해야 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벌방리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같은 비판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여러 차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저지대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며 "이번 수해에 대응하는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 지원에 대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실종자 등 구조활동도 계속 철저히 하면서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피해 보상 등(을) 향후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야당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대한민국 국익과 관련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수해 관련)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화상회의도 하며 중요한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이) 좁쌀 같은 눈으로 계속해서 흠집 내기, 트집 잡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해야 하고, 그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정상 간 회담이 꼭 필요했다"며 "경제적 이유가 있었고, 인도적 지원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표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찾아 '생즉사 사즉생 연대'를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육군 대장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아주 부적절하다. 러시아를 이미 적대국으로 인정하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먼저 지키라"며 "러시아까지 적대국으로 만드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보위 소속인 김의겸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의 행동과 말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오송읍에 있는 궁평지하차도는 이번 폭우로 침수돼 다수의 인명 피해가 난 곳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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