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수재 학자의 죽음 [쿠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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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교수는 내가 만난 당대의 수재이자 기인이었다.
내가 한국외교사를 공부하다가 자료를 물으면, "〇〇〇 책 몇 페이지에 있다"고 대답한다.
문 교수는 다시 프랑스로 가 자료를 수집하여 돌아와 필생의 작업으로 한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그리고 만년에는 러시아 자료를 읽어야 한다면 러시아어를 공부하여 7개국 자료를 이용하여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집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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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교수는 내가 만난 당대의 수재이자 기인이었다. 내가 한국외교사를 공부하다가 자료를 물으면, “〇〇〇 책 몇 페이지에 있다”고 대답한다. 찾아보면 틀림없이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자기의 전공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낭인 생활을 했다. 저 유명한 암태도(岩泰島) 지주의 손주였으니 먹고 사는 일에는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기행이 돈이 많아 그런 것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어찌 어찌하여 동학(同學)들의 도움으로 청주 서원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강의가 있는 날이면 일찌거니 학교에 나아가 빈 강의실에서 실시간대로 강의를 리허설(?)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강의를 했다.
그런 그가 채용된 지 한 학기가 지난 어느 날, 학교 당국에 안식년을 신청했다. 안식년은 6년 근속한 다음에 주는 특혜인데...
총장이 기가 막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실력이 부족하여 프랑스에 가서 몇 가지 더 공부를 하고 와야겠다고 대답했다. 총장은 학칙을 얘기했을 것이고, 그의 학문을 칭송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희수 교수는 막무가내였다. 총장은 할 수 없이 무급 휴직을 허락했다. 문 교수는 다시 프랑스로 가 자료를 수집하여 돌아와 필생의 작업으로 한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그리고 만년에는 러시아 자료를 읽어야 한다면 러시아어를 공부하여 7개국 자료를 이용하여 청일전쟁(淸日戰爭)의 집필을 시작했다.
쓰다가 의심이 들면 남이야 잠이 들었든 말든, 오밤중에 전화가 온다. 그가 그 괴벽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무기는 우수한 두뇌와 만석꾼의 아들이었다는 점이다.
아, 그러나 나는 믿는 사람으로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가 한창 집필에 몰두할 때 중증 파킨슨병에 걸렸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에는 거의 누워서 손으로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탈고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하늘 나라에는 청일전쟁을 연구할 학자를 그리 다급하게 임용해야 할 일도 없을 텐데, 하느님은 왜 그리 일찍 그를 데려가셨을까?
술 담배도 안 하던 그는 70세(?)를 겨우 넘기고 갔다. 하느님이 그에게 10년의 시간만 더 주셨더라도...너무 야속하고 안타깝다. 과거 100년, 향후 100년 안에 이 지구상에서 7개 국어로 청일전쟁사를 쓸 학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학문을 누가 이으려나? 그 유고는 어디로 갔을까? 너무 절통하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충북 괴산 출생으로 건국대 정외과와 같은 대학원 수료(정치학 박사). 건대 정외과 교수, 건국대 중앙도서관장 및 대학원장, 미국 조지타운대학 객원교수,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1999~2000), 국가보훈처 4⋅19혁명 서훈심사위원(2010, 2019),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서훈심사위원 및 위원장(2009~2021) 역임.
저서로 '한국분단사연구'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 등 다수, 역서로 '정치권력론' '한말외국인의 기록 전 11책' '군주론' 등 다수.
simo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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