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인재냐 재해냐, 답해보라" 격앙…충북도 조문 거부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 희생자 유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고 발생 전후 관계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다. 17일 현재 이 사고 사망자는 14명이다.
충북도청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밤 희생자 4명의 빈소가 차려진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 대표들과 만났지만, 유족들의 반발로 조문은 하지 못했다. 희생자 2명이 안치된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유족들이 다른 근조화환을 충북도의 것으로 오인해 “충북도에서 오는 건 안 받겠다”고 수령을 거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유족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고 직전 홍수경보가 발령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침수에 취약한 지하차도를 왜 제때 통제하지 않았는지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사고 이후 희생자 장례와 유족 지원을 위한 창구가 분산돼 있어 유족들이 원하는 합동분향소 설치는커녕 관계당국과의 소통마저 원활치 못하다는 점이다.
17일 세종시 산울동 은하수공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희생자 김모씨(47)의 아버지 김씨(75)는 “제방이 무너질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면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아들이 구조되길 기다리면서 충북도 공무원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걸 봤는데, ‘물이 50㎝ 정도 차야 진입을 통제한다’고 강조하더라. 어찌 그렇게 발뺌으로 일관하는지 뒤통수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뻔히 죽을 걸 알면서도 지하차도 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월호·이태원 참사보다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신형근 충북도 행정국장과 마주 앉은 유족들도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신 국장이 “사고 당일 지하차도 진입을 차단하지 않은 건 매뉴얼에 따른 것이고, 이후 제방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물이 침투한 것이라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자 한 유족은 “유실 가능성이 있는 임시 제방을 만드는 공사가 있었고, 그 제방이 무너질 정도로 가득 찬 상황이라면 매뉴얼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유족이 “국장님이 보기에 이게 자연재해냐, 인재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신 국장은 “그건 제가 판단하지 못한다. 조사가 이뤄진 뒤에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이라면서도 “임시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소관, 당일 지하차도로 우회한 버스 노선은 청주시 소관”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당한 건 우린데 죄인처럼 ‘서류 떼 와라’ ‘경찰 조사받아라’ 하면서 X새끼 취급을 한다” “시청에 문의하면 서로 담당 아니라고 넘기고,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도청에 전화하면 위에 보고하겠다고 한 뒤 답이 없다” 등의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한 유족은 충북도 측에서 재난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한 데 대해 “장례비용을 개인적으로 먼저 내고 나중에 청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재난에 대한 대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공개 ▶유족에 대한 직접 브리핑 ▶유관기관 소통 창구 일원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단체대화방도 만들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합동분향소 설치의 경우 이날 발견된 희생자도 있고 아직 실종자도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어렵지만, 유족들이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CTV의 경우 도로사업소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고 안내해 드렸고, 병원마다 담당 과장을 배치해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도 사후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이날 “희생되신 분들의 장례와 피해자 지원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주=하준호·김민정·이찬규 기자 ha.junh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옷 벗고 돌아다니는 여자 있다"…집에 가보니 친언니 시신, 무슨 일 | 중앙일보
- '혼수상태설' 주윤발, 팬들 웃겼다…무대 올라 마이크 잡고 농담 | 중앙일보
- 대학병원 여의사 매운 주먹…3년 만에 프로복싱 한국 챔피언 등극 | 중앙일보
- "차 빼" 외치며 필사의 역주행…"1분 더 있었다면 난 죽었다" | 중앙일보
- 돌싱남 '재혼 조건' 1위는 외모…여성은 돈·외모 아닌 '이것' | 중앙일보
- 이병헌 빼고도 잘 나간다…'구독'으로 42억 벌어들인 이 회사 | 중앙일보
- 도연 "출가 후 둘째, 사실이다"…'100일 108배' 유튜브 예고 | 중앙일보
- 달러 환전 왜 합니까, 귀찮게…200만 택한 ‘수수료 0원’ 카드 | 중앙일보
- "아내 바다 빠졌다"신고하더니…CCTV엔 돌 던진 남편의 얼굴 | 중앙일보
- 박정희와 죽자고 혁명했다…5·16 설계자, JP의 고백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