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복구 우선" 여야…이번엔 수해 책임 놓고 싸움

김기정, 강보현, 이세영, 김하나 2023. 7. 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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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 각지에서 속출하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17일 예정됐던 정치 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피해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극단의 정쟁은 잠시 멈춰섰지만, 수해 발생 책임이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수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 한 아파트를 찾아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전에 예정됐던 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일제히 수해 지역으로 향했다. 전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충남 공주시와 청양군 침수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침에 대통령을 만나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을 드렸다”며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새벽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마중 나가 ‘침수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조기 선포해 달라’는 등의 건의사항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미호강이 범람할 거 같다고 긴급 알림이 있었는데도 왜 교통 통제를 안 했는지 긴급 정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을 달리한 분들에게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진상규명과 원인을 빠르게 분석해 만약 책임자가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선 “현장 지원을 나선 공무원을 쓸데없이 괴롭히지 마라”, “언행을 조심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와 별도로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당분간 ‘해외출장 자제령’도 선포했다. 국민의힘은 시ㆍ도당별 ‘재해대책 및 복구지원 상황실’을 가동하고 전국 당원을 대상으로 긴급피해복구 자원봉사 활동을 실시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7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수박 재배 비닐하우스를 찾아 수해로 인한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적 재난 수습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전국 시ㆍ도당과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비상 체계를 유지하고, 복구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충청 지역 수해 현장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 관련 상임위 등에서 피해 보상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며 “정부와 협력해 농민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재난지역을 시군 단위로 선포하기도 하지만,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읍면동 단위로 선포하면 실질적 피해 복구를 지원할 수 있다”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이번 주를 ‘수해 대응 총력 주간’으로 설정한 민주당은 여당과 마찬가지로 수해 복구 지원을 제외한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정치 일정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민주당은 이날로 검토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관련 국정 요구서 제출도 연기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준비한 수해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수해 책임 소재를 두고선 여야 공방도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은 수해 발생 당시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해외 순방 중이었던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는'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 상식적이지도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일기예보로 예견됐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주무 장관 전부 자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가가 없다는 걸 이재민들이 실감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와 국토부 장관은 사후에 현장을 방문해 사진 찍는 것 외엔 한 것이 안 보이고, 대통령은 해외에서 종이 한장 들고 지시하는 척하는 사진 한장 전송한 것이 전부”라며 “참사가 예견되는데도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서 실시간 보고도 받고 화상회의도 하면서 중요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좁쌀 같은 눈으로 흠집 내기, 트집 잡기 골몰하는 민주당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침수 피해를 본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금강 범람을 막았다. 4대강을 안 했으면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국토부에서 하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로 업무를 일원화했다. 그걸 다시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비난하는 일부 좌파들이 있지만, 자기 집이 떠내려가도 반대만 하고 있을 건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정·강보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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