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으러 왔나"…與 지도부, 수해지역 방문에 주민들 '절규'

김영원 2023. 7.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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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입은 충남 공주·청양·오송 방문
물 빠졌지만 진흙, 물웅덩이 여전
"일주일째 물 안빠져…살려달라"

국민의힘 지도부가 17일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남 공주·청양, 충북 오송을 찾았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차올랐던 물은 대부분 빠져나갔지만, 도로에 깔린 진흙과 물웅덩이가 집중호우의 피해를 여실히 드러냈다. 침수된 집과 작업장 밖으로 나와서 모여있던 주민들은 김기현 대표의 팔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가정집·축사·비닐하우스·논밭 가리지 않고 수해…"살려달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7일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남 공주시 금강빌라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김영원 기자

김 대표는 가장 먼저 금강 유역을 바로 앞에 둔 수해지인 공주 금강빌라를 방문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은 이곳에서 기자들과 만나 "엊그제까지 물로 차 보트를 타고 다니던 곳"이라며 "아파트 단지 내 차가 다 잠길 정도로 비가 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께 금강은 인근 공원 일부까지 차올라 있었지만, 빌라를 비롯한 주거지역 육상은 대부분 물이 빠진 것으로 보였다. 빌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하에 물이 차서 문제다. 양수기 4대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퍼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빌라 관리사무소 인근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잘 해주셔야 한다, 재난지역을 해줘야 한다"고 요청했고 김 대표는 "제가 오늘 아침에 대통령 만나서 말씀드렸는데 안 그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다음으로 제방이 무너져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공주 이인면 만수리로 이동했다. 제방이 무너져 고지대에 위치한 축사가 침수됐고, 거리에는 쓸려내려온 소의 사체가 보일 정도였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동네가 다 침수돼 밤새도록 회관에 모여있다가 상황 보고 철수를 시켰다"며 "면장님이 밤새워서 울면서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안명 이인면장은 김 대표와 악수하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농업지대가 침수된 충남 청양군에선 농민들이 인근 비닐하우스를 살피던 김대표를 에워싸고 "도와달라, 비닐하우스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절규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하루 평균 500mm, 최대 570mm의 비가 쏟아졌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농작물이 짓무르거나 모두 쓸려간 상태였다. 퇴직 후 청양군에 내려와 논밭을 일궜다는 한 농민은 비닐하우스 가장 윗부분 흙탕물이 그어진 경계를 가리키며 "하우스가 저기까지 물이 찼던 거다. 지금 저 (제방) 쪽은 아직도 물이 잠겨 있다"고 했다. 논농사에는 피해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햇볕이 쬐고 그래서 괜찮아 보이지만 (수해로 인해) 병충해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벌레가 심해서 못 먹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 주민은 마을 어귀로 돌아온 김 대표의 팔을 붙잡고 "저는 지금까지도 일주일째 물이 안 빠졌다. 살려달라"며 "다 버리게 됐다. 우리 아들이 물 빼느라고 다 죽어간다"고 하소연했다.

17일 충남 청양군의 한 비닐하우스가 수해 피해를 입고 망가져 있다./사진=김영원 기자

김기현 "기후변화 맞는 근본적 대책 세우겠다"

1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오송 궁평지하차도 현장에도 방문한 김 대표는 현장을 둘러보고 소방, 경찰 등 구조대원과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김 대표는 확실한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는 "사전에 통행을 중지시켜야 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진상규명과 원인 분석, 또 만약 책임자가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천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제도를 손질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전 방문 지역에서) 어떤 곳은 저류지를 충분히 조성할 필요가 있었고 어떤 곳은 배수펌프 위치가 너무 낮아서 작동되지 않은 곳이 있었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새로운 극한 호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앞으로의 수해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수해 대책과는 다른 차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에 맞춰 전국적으로 기후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수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강구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지 부처별로 가진 의견을 취합해 당정 협의를 통해서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귀국한 김 대표는 미국 순방 후 지류·지천 정비를 포함한 하천 안전 관리에 대한 근본 대책을 보고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고에 맞춰 보다 정비된 대책을 더욱 강구해나가기로 했다.

17일 충남 청양군 한 비닐하우스 내부가 침수돼 작물이 쓸려나가고 토사로 가득 찼다./사진=김영원 기자

'사진 찍으러 왔나' 반발도

한편,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현장 방문에서는 주민들의 쓴소리도 있었다. 청양군에서 한 시민은 김 대표를 향해 "사진만 찍고 가는 거여. 뭔 약속을 해"라며 "농민에게 실제로 보상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농민이 돈 십원 한 푼 받은 분 없다니까"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김 대표에게 "여까지 왔으면 선물 하나라도 주고 가야지, 어떻게 하겠다고 주민들 다 듣게 얘기해야 할 거 아니야"라며 "확성기 하나 준비 안 하고 이게 뭐야. 이걸로 누가 뭘 해줄 거야"라고 비판했다. "그래" "맞다"라며 이에 동조하는 주민과 이를 저지하는 주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 당대표님이 여러분들 의견을 종합적으로 다 들으셨고 현장도 봤으니 여러분 편에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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