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엄마는 일터 나가고…2030대 43만명 부모집서 쉰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20~30대 청년층 10명 중 7명은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령층 취업자 수는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쉬고, 나이 든 부모들이 일터로 나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 최저인데, 쉬었음 늘어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3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2000명(3.5%) 늘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이들은 고용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같은 기간 30대에선 쉬었음 인구가 1000명(0.5%) 증가하면서 25만6000명을 기록했다. 20~3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줄었는데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달 실업률은 2.7%로 역대 가장 낮았다.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고 보긴 어렵다.
일터로 나가는 고령층 여성
이와는 반대로 고령층 취업자 수는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6% 증가한 643만5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의 경우 287만1000명이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년보다 8.2% 늘어난 수준이다. 환갑이 넘은 ‘엄마’ 또는 ‘할머니’의 노동시장 참여가 두드러진다.
서른 살이 된 둘째 아들과 사는 임모(62)씨도 그런 경우다. 임씨는 중소규모 마트의 판매원으로 일한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임씨는 집안일을 도맡아 했는데 남편의 정년퇴직 이후 임씨가 일을 시작했다. 그는 “둘째는 중견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더 좋은 직장을 찾겠다고 지난해 일을 그만뒀다”며 “사실상 생활비는 혼자 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미 달라진 ‘캥거루족’
캥거루족은 1990년대 외환위기 직후 유행한 신조어다. 당시 갑작스럽게 닥친 취업난으로 일자리가 없어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청년을 의미했다. 실업으로 인해 생긴 말이었는데 최근 급증한 캥거루족은 이와는 다르다. 지난달 쉬었음에 해당하는 20~30대(61만3000명) 중 1년 내 구직활동이 있었던 건 7만1000명(11.6%)에 불과했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부모와 동거 중인 만19~34세 청년의 비율은 57.5%다. 독립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6.6%로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과거와 달리 젊은 층이 부모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성향이 쉬는 청년을 양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실업·만혼 현상 증가로 청년층의 독립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근로 욕구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요즘 애들이 배가 불렀다”는 식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노동 양극화에 좁아진 선택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간의 노동시장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다 보니 차라리 당장 일이나 구직활동을 안 하더라도 나중에 원하는 일자리에 취직하겠다는 게 최근 청년들의 속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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