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지자체, 제방은 행복청…오송참사, 누가 책임지나

박현주 2023. 7.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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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①임시 제방 붕괴 ②교통 미통제
국무조정실, 참사 원인 규명 감찰 착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의 책임 소재를 놓고 행정 당국 간 공방이 오가고 있다.

오송역이 세종시로 들어가는 관문인 만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업무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현장 인근에서 교량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충북도와 청주시가 도로 관리를 맡는 등 사고 관련 책임이 각각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한 잠정 피해 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는 13명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오송 지하차도에는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6만t(톤)의 물이 들이쳤다. 이 430m의 지하차도는 3분 만에 물로 가득 찼다.

사고 현장 인근인 미호강에서는 교량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존 제방이 있었지만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사업을 위해 교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를 일부 허물고 임시 제방을 쌓아 올린 것이다.

임시 제방이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졌다면 미호강의 월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정확한 조사가 더 이뤄져야겠지만 여러 정보를 들은 바에 따르면 제방 둑이 터진 것이 아니라 임시로 쌓은 제방이 터진 것"이라며 "임시제방 자체가 부실해서 무너진, 그래서 유실이 되는 상황으로 전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주관한 행복청은 "임시제방은 설계빈도 100년의 계획홍수위(28.78m)보다 0.96m 높게, 교량 하부까지 최대한으로 축조했으며 당일 보강작업을 실시했지만, 집중적인 호우로 수량이 단시간에 급증하면서 월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교량 확장공사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공사 이전에는 제방이 터져서 강물이 범람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오송읍 강외면 서평2리 이장 장태순 씨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강우가 와서 미호강이 범람해서 우리 지역이 피해를 보거나 그런 적은 거의 없었다"며 "교량 공사한 구간에서 제방 둑이 터져서 물이 들어온 거기 때문에 주민들은 부실 대응을 한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참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도로 미통제가 지목된다. 도로 통제는 도로법 76조에 따라 이는 해당 도로 관리를 맡는 관청의 책임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는 508번 지방도에 속하기 때문에 충북도와 청주시가 교통통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경찰에 통제 협조 요청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10분 이미 미호강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금강홍수통제소가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상황이었지만, 행정당국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인근에서 하천 제방 공사가 있었고 미호강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교통을) 사전 차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지자체에서 관내 위험 요소들을 미리 파악해서 사전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점들이 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지하차도 침수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현장을 관할하는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경찰·소방에 들어온 모든 위험 신고와 후속 조치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사고 전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교통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관련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조치 내역을 살펴보고, 미호천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된 각종 행정기록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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