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가 베이지북에 '테일러 스위프트' 언급한 이유…"지역경제 살려"

정현진 2023. 7. 17.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노믹스' 저력…호텔·티켓 가격 ↑
콘서트 수익 첫 10억달러 돌파 확실시

30대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해 전 세계 콘서트 투어를 돌며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경제와 스위프트의 합성어)'라는 단어를 끌어낼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까지 베이지북에서 언급할 정도로 스위프트에 대한 열풍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콘서트 투어 매출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의 벽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핵심 요인으로 등극, 그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팬데믹 이후 호텔 매출 최대"…살아난 지역 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이지북에는 스위프트의 이름이 거론됐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지역 전체의 관광 회복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필라델피아의 호텔 매출은 최대를 기록했다"며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를 보러 온 관광객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월 12~14일까지 스위프트가 필라델피아에서 콘서트 투어인 '디에라스투어(The Eras tour)'를 진행했다. 필라델피아 연은은 이러한 투어의 효과로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호텔 수요가 증가했고 지역 경제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위프트의 디에라스 투어가 지역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막강한 팬층을 보유한 스위프트가 등장하는 지역에는 콘서트를 보러 온 관광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시카고에서 디에라스 투어가 열렸는데 당시 시카고 전역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팬데믹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만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4만3000회 추가로 발생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콘서트가 진행된 신시내티 시내의 호텔도 98%의 예약률을 기록했다. 신시내티시 관계자는 NBC뉴스에 스위프트와 디에라스 투어로 인한 시내 호텔 총 매출 규모가 260만달러를, 해밀턴 카운티 전체 호텔 매출은 530만달러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 때문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스위프트의 트위터 글에 자국에서도 공연해달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최악의 산불 시즌에 경솔한 행동을 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 티켓도·호텔도 가격 급등…물가가 뛴다 '투어플레이션'

이처럼 콘서트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현상은 지역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단기적인 물가 상승에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생겨난 단어가 바로 '투어플레이션(Tourflation)'이다. 콘서트 투어로 인해 호텔 등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지역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가격도 평균 254달러로 업계 최고 수준인데 이를 구하려는 팬들이 많아 웃돈을 얹어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티켓 리셀(재판매) 업체인 스텁허브에서 7월 시애틀 공연 티켓 가격은 1200달러를 넘어섰고, 8월 멕시코시티 티켓 가격은 500달러를 넘겼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더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 중 하나는 콘서트 티켓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이 비싸졌다는 것"이라며 "맥주, 사이다, 코카콜라, 핫도그까지 다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 뿐 아니라 올해 초부터 비욘세도 유럽에서 콘서트 투어인 '르네상스 투어'를 시작해 스웨덴, 영국 등의 호텔, 문화 관련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팬데믹 이후 대규모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점도 투어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콘서트를 갈 수 없었고 아티스트도 장기간 투어를 하지 못했던 만큼 개별 공연의 규모나 기간 등의 측면에서 정말 큰 투어를 하게 될 것"이라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이를 낼 의향이 많이들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美 콘서트 역사상 첫 10억달러 매출 전망

스위프트의 행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올해 미국 콘서트 역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의 매출을 내는 대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올해 중 10억달러가 넘는 콘서트 수익을 기록해 앞서 미국 콘서트 역사상 투어 공연 수익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엘튼 존의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존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진행 중인 콘서트로 이달까지 8억87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WSJ는 전했다.

공연 중인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WSJ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스위프트 본인이 이번 투어 티켓 판매로 얻는 수익은 약 3억~5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프트는 미국에서 8월까지 52회 공연을 한 뒤 올해 중 54회의 해외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할 마지막 공연까지 합치면 총 106회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스위프트가 뛰어난 작곡·작사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음악계를 아우르는 뛰어난 인맥 관리 능력과 나이에 걸맞지 않은 비즈니스 감각이 이러한 대박 행보를 만들게끔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직접 WSJ에 기고할 정도로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1989년생인 세계 최정상급 가수 스위프트는 11살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해 2006년 데뷔했고 2010년과 2016년, 2021년 세 차례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레코드를 판매했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여가수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앞서 스위프트는 2014년 스포티파이가 저작권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며 음원 공급을 중단, 충돌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스위프트는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중요하고 드물다. 중요하고 드문 것은 가치가 있으며, 가치가 있는 건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팬들이 CD를 구입하거나 음원을 다운로드받는 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끔 조치해 스트리밍 업체가 아티스트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고, 이후 양측이 합의한 끝에 스트리밍 음원 공급이 재개됐다.

이 사건을 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2019년 남긴 유작 '로커노믹스'를 소개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스위프트를 '경제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