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무장 병원’ 판단 기준 제시… "의료기관 악용 등 인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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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이 된다고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을 내놨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은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사정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사정을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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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견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위협할 우려 있어"
대법원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이 된다고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7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의료인이 아니면서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한 뒤 이사장 자격으로 요양병원을 설립해 영업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37억8천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적용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의료법인 이사회 운영에 관한 결정권이 실질적으로 A씨에게 있었던 점이 근거가 됐다. 2심은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의료법에 따라 병원은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만 설립할 수 있는데, 의료법인 설립은 비의료인도 할 수 있다. 비료인도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의료인 명의를 빌린 사무장 병원이나 외형상 형태만 갖춘 유령 의료법인 등이 문제가 됐다. 사무장 병원 등은 처벌 대상이다.
그간 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자금 조달, 수익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법을 위반해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전합은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설립 자체는 허용되는 상황에서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전합은 "비의료인이 개설 자격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은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사정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사정을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전합은 "의료법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시·도지사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상당한 기간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그 설립과정에 다소의 미비점이 있었다거나 운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의료법인의 재산을 유출하는 횡령·배임 등 위법 행위가 존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을 부정해 의료법인이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영리 목적 의료기관의 개설을 억지해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을 해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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