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바뀌었다고 마포 출판생태계 흔들어도 되나

김남중 2023. 7.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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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P 긴급 좌담회… 이슬아 작가 “서울시가 진작 나섰어야”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플랫폼P 2층 다목적실에서 이슬아 작가,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차해영 마포구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좌담회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 주세요!'가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P입주자협의회 제공


서울 마포구가 출판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판 창작자 지원공간인 ‘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 17일 마련된 플랫폼P입주자협의회 주최 긴급 좌담회에서는 마포구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플랫폼P 다목적실에서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마포구가 굉장히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포구는 대한민국에서 출판사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며 “지자체장 한 명 바뀌었다고 책 생태계에 연결된 사람들 배제하고 정책적 일관성 훼손하고 일거에 이를 흔들어 버린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로 뽑히기도 한 이슬아 작가도 좌담회에 참석해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오만 사람들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진다”면서 “출판노동자들의 권리도 소중하다. 독자들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플랫폼P에서 입주자들이 쫓겨나는 문제는 서울시민이 차별받는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서울시가 진작 (사태 해결에) 나섰서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플랫폼P는 마포구가 작은 출판사와 출판 관련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조성한 공간으로 홍대입구역 인근 코-스테이션 건물 2·3층을 사용한다. 1인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 출판 관련 회사와 창작자 52곳이 입주해 있었으나 30여곳이 계약 만료가 되어 최근 떠났다. 남은 14곳의 입주사들도 마포구민으로 입주 조건을 제한한다는 마포구의 새 방침에 따라 조만간 자리를 비워줘야 할 처지다.

플랫폼P입주자협의회는 “마포구청은 갑자기 조례에도 시행규칙에도 입주공고문에도 없는 주민등록 요건을 부당하게 들이밀어 입주 연장 심사를 받는 시점에 있는 입주사들을 모두 내쫓으려 하고 있고 신규 입주사 선발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제 책문화를 위한 공공의 공간인 플랫폼P는 텅 비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열린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운영위원회에서 마포구는 플랫폼P 개편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워크플레이스와 북&라운지 공간으로 사용되는 2층을 마포청년창업지원센터로 바꾸고, 입주자 공간인 3층은 기존대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로 운영하되 입주 자격을 마포구민으로 한정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P 입주자인 정유민 편집자는 좌담회에서 마포구민으로 입주 자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번 달 부가세를 마포구에 냈다”면서 “플랫폼P에 입주하지 않았으면 사업자등록을 마포구에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포구에 세금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해영 마포구의원은 “마포구민으로만 입주 자격을 제한한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자기 주민만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 주민만’이라는 수렁에 빠져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정작 마포구민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아 작가가 17일 열린 긴급 좌담회 '마포구 책문화를 지켜 주세요!'에서 발언하고 있다. 플랫폼P입주자협의회 제공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운영위원회는 플랫폼P 개편을 추진하면서 마포구가 조례를 무시하고 절차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마포구에 사무실을 둔 출판단체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마포구 출판문화산업 말살 정책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입주사들은 구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구청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플랫폼P 개편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정유민 편집자는 “마포구마저 출판 지원 사업을 정리했다는 선례가 생긴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우리가 왜 출판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얘기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날 좌담회 참석을 요청받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좌담회는 박 구청장의 자리를 비워둔 채 진행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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