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 아들' 변재준,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에 새 물길 냈다
변재준(20·경희대)은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역사에 새 물길을 낸 주인공이다. 한국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남자 선수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가고 있다. "남자가 '여자 스포츠'를 한다"는 편견의 시선도 이겨냈다.
변재준은 지난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테크니컬 예선에서 대학 동기 김지혜와 짝을 이뤄 16개 출전국 중 6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16일 이어진 결선은 12개국 중 10위로 마쳐 세계 '톱10'에 포함됐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수중 발레'로 잘 알려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새 이름이다. 수영 능력 외에도 체조의 기술과 발레의 예술성을 두루 평가한다. 오랜 기간 '금남의 영역'이었는데,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부터 남녀 혼성 듀엣 종목이 생겼다. 당시 12세였던 변재준은 그 소식을 듣고 아티스틱 스위밍 엘리트 선수 등록을 결심했다.
변재준은 아버지의 감성과 어머니의 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발라드 황제' 변진섭이다. 1980년대 후반 데뷔해 '희망 사항', '숙녀에게', '새들처럼', '너에게로 또다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그의 어머니는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 출신인 이주영 씨다. 1993년 독일 뒤셀도르프 에이지 그룹 대회에서 주니어부 솔로와 단체 챔피언에 올랐다. 이 부부의 차남인 변재준은 2020년 한 대회에서 아버지의 노래 '몹쓸 사랑'을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변재준은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세계선수권에는 올해 처음 출전했다. 국내에 남자 선수가 변재준뿐이라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지 못했다. 국제대회도 자비를 들여 어머니가 운영하는 아티스틱 스위밍 클럽 소속으로 참가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메이저 대회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대한수영연맹이 '경영 외 타 종목 경쟁력 확대'를 위해 종목별 단 한 명뿐인 선수에게도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
변재준의 '꿈의 무대'는 올림픽이다. 다만 내년 파리 대회에는 출전하기 어렵다. 아티스틱 스위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38년 만에 처음으로 남성 선수의 출전이 허용됐지만, 혼성 듀엣 종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남자 선수는 8명이 합을 맞추는 팀 종목에 최대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아티스틱 스위밍 팀 종목에서 올림픽 결선에 오른 적이 없다.
그래도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의미 있는 첫걸음은 내디뎠다. 초등학교부터 함께 다닌 친구 김지혜와 한 달간 집중적으로 훈련한 성과다. 변재준-김지혜 조는 21일 혼성 듀엣 프리 예선에 출전해 또 한 번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변재준은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기량이 많이 향상된 게 느껴진다.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아쉬움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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