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끝나면 폭염 온다는데…유럽은 50도 육박 '살인폭염' 예고
한국에 '물폭탄'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럽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강타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남부 유럽이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위성 관측 정보를 토대로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남부 유럽에서 기온 더 상승해 유럽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번 여름 들어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모로코 등 지중해 인접 국가에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18~19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새로운 고기압이 밀려오면서 기온이 한층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까지 유럽 최고 기록은 지난 2021년 이탈리아 섬 시칠리아 플로리디아에서 기록한 섭씨 48.8도였다.
이탈리아의 현재 기온은 평년보다 약 8도 정도 높은데, 이번 주엔 지난주보다 더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탈리아 서부에 있는 섬 샤르데냐는 며칠 안에 섭씨 48도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18일 섭씨 42도를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로마의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07년 8월에 기록한 40.5도였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국립기상청은 "역대 가장 강력한 폭염을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도 "건강한 사람들도 폭염으로 위험에 처해있다"면서 로마 등 야외의 유적지 방문에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당국은 극심한 폭염에 이탈리아 전국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외출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스페인도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선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18일 세비야 인근은 섭씨 44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 기상당국은 "전국적으로 밤에도 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 열대야에 시달려 잠을 자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의 군도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 섬에선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번져 최소 4000명이 대피했다.
그리스도 수도 아테네 등에서 이번 주 최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 뜨거운 날씨에 아테네시 당국은 고대 신전이 있는 유명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를 지난 14일부터 3일 연속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닫았다.
지중해 동쪽에 있는 이스라엘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폭염에 따른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하루 입원했다가 16일 퇴원했다. 앞서 지난 14일 네타냐후 총리는 섭씨 38도인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너무 뜨거워 이상 증세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자국민에게 "태양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남부 유럽은 여름에 기온이 높아지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 주엔 ‘케로베로스’ 폭염에 시달렸는데, 이번엔 더욱 극심한 폭염인 '카론'이 왔다"고 전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케르베토스는 세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로 저승 세계를 지킨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카론은 저승으로 흐르는 강에서 망자를 태우는 뱃사공으로 저승사자 역할을 한다. 즉, 신화 속 괴물과 인물에 빗대 지옥과 같은 폭염이 왔음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도 남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텍사스주까지 연일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에 뜨거운 공기 덩어리를 가두는 열돔 현상까지 지속되면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미 인구의 약 3분의 1인 1억명 이상이 폭염 영향권에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54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이상기후 속에서 한국도 폭우가 끝나면 오는 19일부터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최고 33도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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