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빠진 울산 현대, 내부 성찰이 먼저다
[이준목 기자]
연패(連覇)을 향해 순항하던 울산 현대가 연패(連敗)에 빠졌다. 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은 지난 7월 12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2라운드(1-2)에 이어 15일 수원 삼성과의 23라운드(1-3)에서 내리 패배하며 주춤하고 있다.
2연패는 지난 2021년 홍명보 감독 취임 이후로 처음이다. 울산이 K리그1에서 연패를 당한 것은, 김도훈 전 감독 시절인 2020년 10월 18일과 25일에 포항 스틸러스(0-4패)와 전북 현대(0-1패) 전 이후 무려 2년 9개월 만이었다.
심지어 당시는 모두 우승 경쟁팀들이었지만 이번 연패는 모두 약팀들이었다. 인천은 올시즌 K리그1 12개구단 중 9위, 수원은 최하위를 기록중인 팀이었다. 특히 수원은 최근 9경기 연속 무승의 수렁을 리그 선두 울산을 상대로 탈출하는 이변을 달성하며 충격이 두배가 됐다.
물론 연패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선두 질주 자체는 흔들림이 없다. 울산은 17승 2무 4패 승점 53점으로 2위 포항(11승 8무 4패, 승점 41)에 무려 12점이나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양강구도를 이뤘던 전북의 초반 부진으로 인하여 올해는 초반부터 별다른 경쟁체제없는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겉보기에 승점차만 놓고보면 '위기'라고 할 정도까지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울산의 분위기와 경기력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령탑 홍명보 감독도 수원전 직후 인터뷰에서 "울산이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좋지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또한 홍 감독은 "상대팀에 우리의 전력을 간파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하면서 한편으로 "경기력보다 울산이 최근 많은 이슈 속에 있었다보니 선수들이 그런 부분에서 오는 피로감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남겼다.
홍 감독의 발언대로 울산은 올시즌 내내 여러 가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일본인 선수 아마노 준의 재계약 무산과 전북 이적을 둘러싼 논란이 핫이슈가 되었고,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에 대한 인신공격성 공개 저격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울산 현대 소속 일부 선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나며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징계를 받고 구단과 선수들이 공식 사과할만큼 파장이 컸다.
하지만 정작 연맹 상벌위는 형식적인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고, 울산 구단은 진정싱없는 사과문과 후속 조치로 오히려 축구팬들의 비판 여론만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울산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과 좋지않은 분위기는 자연히 선수들의 집중력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종차별 논란의 당사자였던 이규성은 지난 12일 인천전에서는 상대 선수 문지환의 얼굴을 가격하는 거친 행동으로 또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주전 미드필더 박용우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 이적이 확정되며 시즌중에 팀을 떠나게 됐다. 9월에는 주전 풀백 설영우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발탁되어 전력누수를 예고했다.
어느 종목,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로 강팀은 많은 주목을 받는다. 울산처럼 리그 우승을 다투는 빅클럽에다가 스타 선수들이 넘쳐나는 팀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울산의 경우, 이슈의 대부분이 울산에게는 부정적인 내용들 일색이었고, 굳이 겪지않아도 될 논란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문제의 본질은 2연패나 당장의 경기력이 아니다. 어떤 강팀이라도 시즌 중 한두번의 고비는 반드시 찾아온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극복해내는 것이 진정한 챔피언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의 매력은 단순히 결과보다 그 과정과 내용이 주는 감동에서 나온다. 하지만 울산은 최근 혼란스러운 여름을 보내면서 경기 외적인 품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울산이 독주체제를 유지하며 손쉽게 2연패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 감동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21일 제주전을 마치고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선수단의 전력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그동안 구단에서 벌어졌던 각종 논란과 대처, 그리고 울산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궁극적인 성찰이 포함되어야 한다. 울산이 진정으로 K리그를 대표하고 이끄는 리딩클럽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저 우승트로피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환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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