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진출 규제 대폭 완화…저축은행도 영업구역 M&A 가능
국내 금융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가 대폭 화대다. 금융당국이 해외 현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은행,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핀테크사의 해외 금융사 및 비금융사의 출자 제한을 완화키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 등 민간위원 14명과 금융권 협회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회의 주요 안건은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 ▲상호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 ▲금융규제혁신 추진 현황 등 3가지다.
금융위는 우선 오는 18일부터 동일 대주주가 소유 가능한 저축은행 수를 최대 4개로 확대키로 했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족쇄를 풀어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여신 분야의 가격 경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수도권 저축은행과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영업 구역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일부 허용해 저축은행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저축은행 영업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와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 광주·전라·제주 , 대전·세종·충청) 등 총 6개로 나눠 관리되고 있다. 그간 금융위는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지배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앞으로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 소유·지배를 최대 4개까지 허용한다. 또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수평적 계열화를 보다 폭넓게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의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을 1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비수도권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영업구역 확대를 수반하는 동일 대주주의 소유·지배, 합병에 대한 허용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금 중개 기능을 향상하고 경영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저축은행의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규제개선과 병행해 현지 감독당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 강화를 통해 해외진출 금융회사의 인허가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저축은행이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은 금융산업의 칸막이 규제인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금융지주가 투자·소유할 수 있는 해외 자회사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금융을 영위하는 국내 여전사가 해외 렌터카 업체를 인수해 영업 채널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사가 해외에서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허용한다. 현재는 관련 법에 따라 금융지주의 비금융사 주식 소유는 금지돼 있고, 은행의 비금융사 지분 소유는 15%까지로 묶여있다.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규제도 완화된다. 금융위는 국내 금융사가 해외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때 적용받는 '신용공여한도'도 확대하고 향후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일정기간 신용공여한도(10%포인트 이내)를 추가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사의 경우 자회사에 대한 담보 제공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보험사가 현지 은행에 국공채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현지 은행이 해외 자회사에 대해 채무보증을 하는 방식(신용장 제도)으로 영업기금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국내 적용을 전제로 하되 해외 점포에 적용하기 어려운 규제 등은 예외를 마련하거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외국 재보험사의 지점 설립 관련 규정이 없는 대신 사무소의 영업활동을 일부 허용하며 국내 법률체계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해외진출규정을 개정해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무소의 영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유연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해외금융기관에 외국법인에 대한 외화표시 대출채권 양도 허용 ▲금융사 동일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중복 신고·보고 의무 면제 ▲역외금융사 투자에 대한 사전신고 의무를 사후보고로 전환 ▲해외법인 검사시 현지 규제·시장상황 고려 ▲기관제재 갈음 MOU 활용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잔존해 있지만 향후 경제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금융규제 혁신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위상에 맞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과제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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