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피해 중 ‘귀국지연·현장의전’에 들끓는 여론…“무너진 권위”

윤상호 2023. 7. 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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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대통령실 해명 문제…무너진 권위”
박상병 “공무원 복지부동(伏地不動)…지지율 올려 권위 회복해야”
尹정부 인사 현장 방문…누리꾼 비판 쇄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 현장.   사진=곽경근 대기자, 임형택 기자

집중호우로 국민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과정이 문제점으로 짚이고 있다. 대통령실의 해명도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 마지막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방문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방문 중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1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집중호우 인명피해는 이날 기준 사망 40명, 실종 9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가 있고 다음 주 까지 폭우가 예상된 만큼 피해 상황은 커질 여지가 남아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폭우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다”라며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한 지침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하루 한 번 이상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순방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호우 상황으로 고심을 늦춘 적이 없다”며 “순방과 민생은 따로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은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조기 귀국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사례와 비교 대상이 됐다. 당시 이탈리아는 100년만에 최악의 홍수로 14명이 사망하고 2만7000명이 대피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8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강남역 인근이 침수됐다.   연합뉴스

집중호우 피해 대처 지난해도 미흡

윤석열 정부의 집중호우 대처 미흡은 이번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서초구 자택에서 출·퇴근을 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문에 서초구에 심각한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해 고립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해명도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돼 직격탄을 맞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자택에서 비상근무 중이었고 현장에 나오려면 나올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 방문해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를 타고 와야 한다”고 말했던바 있다.

또 지난해 8월 신림동에서 발생한 반지하 주택 일가족 고립 사망 사건 현장에서 “어제 엄청난 게 서초동 아파트가 전체적으로 언덕에 있음에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며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은 침수 재난을 확인하고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는 각종 비판에 직면했다.

지하에 침수돼 시민이 사망하는 사고는 작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에 유례없는 폭우가 떨어져 범람해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도 아파트 옆 냉천이 원인이 됐다. 냉천 인근은 도로와 산책로 등을 조성해 폭이 좁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천 시설물 과다 상태에도 포항시는 이를 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충청북도 공무원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옆에서 웃고 있다.   보배드림 갈무리

尹 정부 인사 현장 의전 ‘한숨’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 공무원이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 충청북도 국장으로 알려진 공무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옆에서 웃으면서 상황을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도 사고 수습 중인 도로를 가로막고 기자회견을 진행해 비판을 받았다. 견인차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자 원 장관은 “짧게”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멈추지 않았다.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을 두고 누리꾼들은 “비통하다.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며 “지하차도에서 10여명이 사망했는데 반사회적 사이코패스냐”고 비판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현장 방문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충북도지사가 현장에 도착하자 소방대원들과 군 등 배수작업 관계자들이 일을 멈췄다. 이후 현장을 빠져나오자 다시 배수작업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양반이 행차한 거냐. 현장 가기 전에 보고를 받는 게 아니냐”며 “도움 안 되는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복지부동 공무원…무너진 권위 

전문가들은 수해의 원인으로 무너진 권위를 짚었다. 대통령실의 당혹스러운 해명과 시스템이 공무원들을 움직이지 않게 했다는 분석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수해로 인한 사고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귀국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식의 해명을 하니 명확한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남역 침수 사고 이후 변한 게 없다. 여전히 똑같이 침수됐다”며 “어떤 종류의 재해든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데라는 생각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평론가는 “권위주의와 권위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라며 “지휘체계 상부부터 문제가 있으니 적극적인 건의도 작업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공무원을 지휘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문제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대통령실 눈치를 살피고 있다”며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늦게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사전 대비와 대피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대통령에게 형식적으로 보여주기식 업무를 했다”며 “ 대통령실의 해명은 국민의 분노를 키우는 답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진 가운데 임기 기간이 길게 남아 공무원들이 그나마 움직이는 것”이라며 “국정 지지율을 회복해야 권위를 회복하고 공무원들을 명확하게 지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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