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하나 두고 왼쪽은 경상도, 오른쪽은 강원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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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중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다. 옛날 임금께 미역을 진상했다 해서 미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어촌, 고포다. 고포마을은 경북 울진군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를 따라 넘어가는 국도 7호선 바닷가 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도저히 마을이 나타날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산의 중턱에 오르게 되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접하게 된다. 가파른 모퉁이를 몇 번 돌다 보면 아담하게 자리잡은 40여 가구의 마을이 나온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포마을(2023/7/16) |
ⓒ 진재중 |
▲ 고포마을, 바다를 끼고 죄측은 경상북도 우측은 강원특별자치도(2023/7/16) |
ⓒ 진재중 |
이때만은 울진과 삼척이 따로 나뉘어 각자가 된다. 마을 회관도 길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는 울진 고포, 북쪽은 삼척 고포로 갈라져 있다. 자그마한 마을에 회관이 둘이나 있다. 행정적인 업무를 볼 때는 경상도와 강원특별자치도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는 도의 경계가 따로 없다. 경상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특이한 말투도 없다.
이 마을로 시집와 60년째를 살고 있는 삼척시민 김숙자(80) 할머니는 "시집올 때나 지금이나 마을 인심에 변화가 없습니다. 행정구역만 강원, 경상으로 갈려졌을 뿐이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 삼척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
ⓒ 진재중 |
▲ 경북 고포마을 회관(마을도로 남쪽으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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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포마을 주민들은 주로 미역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다. 고포 해변에서 생산되는 대표 해조류가 미역이다. 고포 바닷가는 미역이 생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역 특성상 주변에서 민물이 유입되지 않아 맑고 깨끗함을 유지해준다.
미역이 많이 자생하는 암반에는 그 고유의 미역바위 명칭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미역바위 주변에는 물살이 잔잔하여 이 바위는 '잔촬암'이라 부르고, 어떤 미역바위에는 숭어가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숭어암'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 해조류가 붙어있는 암반(2023/7/16) |
ⓒ 진재중 |
▲ 미역이 자라기 좋은 암반(202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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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음력 2월 말부터 5월까지 채취한다. 미역은 종횡으로 3~5㎝ 간격으로 자라야 풍년이 든다. 미역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날씨다. 미역은 건조후 3~4일이 지나야 좋은 상품이 된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상품에 악영향을 미친다. 짧은 기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미역 채취와 건조는 마을 공동작업으로 한다.
▲ 자연산 돌미역 말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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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패 대신에 미역판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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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가정에는 이름문패 대신에 고포미역 팻말이 붙어있다(202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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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 둘로 나뉘어있지만 두 지붕 아래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어촌이다. 바다를 끼고 아름답게 형성된 어촌마을 사람들의 따스한 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 고포마을, 옛날에는 울진군은 좌측도로, 삼척시는 우측도로를 이용했다(202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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