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배우' 이준호의 10년 전은 이랬다
[양형석 기자]
미국의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기업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굳이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세계를 강타했던 드라마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이 올해만 해도 <더 글로리>가 누적시청시간 5억 6000만시간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사냥개들>이 1억 6400만 시간, <퀸메이커>가 9900만 시간, <셀러브리티>가 6600만 시간의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했다(넷플릭스 TOP 10 기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무려 6억6200만 시간의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했고 <환혼>과 <갯마을 차차차>도 각각 3억 시간이 넘는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투자한 만큼 꾸준한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도 수 년 전부터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 이준호의 연기 데뷔작이었던 <감시자들>은 전국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
멤버들보다 조금 늦게 연기자 데뷔
이준호는 지난 2008년 보이그룹 2PM의 멤버로 데뷔했다. 2PM은 데뷔 초기부터 '짐승돌'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데뷔 초 돋보였는 멤버는 이준호가 아닌 '태국왕자' 닉쿤과 팀의 정체성과 가장 잘 어울렸던 '옥짐승' 옥택연이었다. 2PM은 데뷔 1년 만에 리더 박재범의 탈퇴라는 대형악재가 있었지만 이준호는 2011년에 발표된 2PM 정규 1집에서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자작곡을 수록하는 등 음악적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이준호는 연기 데뷔 역시 멤버들에 비해 다소 느린 편이었다. 2PM은 옥택연이 문근영 주연의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을 짝사랑하는 한정우 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했고 장우영도 2011년 <드림하이>에서 유학파 학생 제이슨을 연기했다. 2PM의 막내 황찬성은 이미 가수 데뷔 전부터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한 바 있다. 그렇게 가수 활동에만 전념하던 이준호는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멤버들보다 조금 늦게 배우로 데뷔했다.
이준호는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등이 출연한 <감시자들>에서 코드네임 '다람쥐' 역을 맡아 아이돌 출신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2015년에는 이병헌 감독의 <스물>에서 김우빈, 강하늘과 함께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2015년 <협녀, 칼의 기억>에 출연한 이준호는 2016년 <기억>을 통해 TV드라마에 데뷔했고 2017년 <김과장>에서 '먹보 소시오패스' 서율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준호는 2017년과 2018년 주연을 맡은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와 <기름진 멜로>가 연속으로 만족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9년 영화 <기방도령>마저 전국28만 관객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이준호는 2021년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 정조 역을 맡아 MBC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 자리를 굳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100곡이 넘는 노래를 등록하고 있고 자신의 솔로 앨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워 넣는 싱어송라이터 이준호는 연기자로서도 데뷔 10년 만에 확실하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준호는 올해 배우로서 롱런 하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드라마였던 <킹더랜드>에 출연해 방송 6회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 돌파를 견인하며 대세스타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 코드네임 '꽃돼지' 하윤주 역의 한효주는 <감시자들>로 청룡영화상과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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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에 개봉했던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008년에 개봉했던 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가 원작이다. 하지만 원작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홍보 당시 원작이 있음을 굳이 밝히지 않았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전국 450만이라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들었던 영화사 집은 신작 <감시자들>에서도 굳이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았다.
<감시자들>의 원작은 지난 2007년에 개봉했던 양가휘, 임달화 주연의 홍콩영화 <천공의 눈>이다. <천공의 눈>에서는 양가휘가 정우성이 연기한 제임스에 해당하는 악역, 임달화가 설경구가 연기했던 형사반장 역을 맡았다. 홍콩의 원작영화 판권을 구입해 조의석 감독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적절하게 각색한 <감시자들>은 배우들의 호연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만나 전국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감시자들>의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멋지고 좋은 사람 역할을 많이 했던 정우성의 악역변신이었다. 정우성이 연기한 제임스는 은행강도단의 행동대장으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범죄의뢰를 기획하고 인근 건물의 옥상에서 동료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구둣방에서 자신의 스승인 정통(김병옥 분)을 제거할 때는 단신으로 조폭들을 몰살시킨 후 만년필로 정통을 살해하는 엄청난 전투력을 선보인다.
2010년 <동이>를 끝낸 후 <오직 그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반창꼬>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영화에 전념했던 한효주도 2013년 <감시자들>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관 하윤주를 연기한 한효주는 <감시자들>을 통해 청룡영화상과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절친했던 동료 다람쥐(이준호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겁이 나 제임스를 쫓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두려움에 떠는 섬세한 연기는 단연 일품이었다.
<감시자들>은 그동안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경찰청의 특수범죄과 감시실을 다루면서 관객들로부터 신선한 범죄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설경구와 정우성이라는 검증된 연기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들과 한효주, 이준호 같은 신예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며 지루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로 탄생했다. 다만 일부 관객들은 강도들이 치밀하게 은행을 터는 오프닝 장면이 <다크 나이트>의 오프닝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 <감시자들>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진경이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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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에만 천만 영화 두 편(<암살>, <베테랑>)에 연속으로 출연했던 배우 진경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수간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태수미 변호사, <퀸메이커>의 서민정 의원 역을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감시자들>에서는 경찰 감시실을 지휘하는 총사령관 이영숙 역으로 출연했는데 대부분의 분야에서 A+가 적힌 하윤주의 성적표를 보며 태연하게 "아슬아슬했네"라고 말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감시실의 총책임자인 만큼 현장의 감시반장 황상준(설경구 분)보다는 공식적으로 직급이 높지만 사적으로 만나면 서로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낸다. <감시자들>은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는 진경이라는 배우의 빈틈 없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연극배우 출신의 진경은 <감시자들>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처음으로 대형 영화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2003년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신스틸러'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김병옥은 <감시자들>에서 제임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 같은 존재인 정통을 연기했다. 정통은 은퇴를 생각하던 제임스의 약점을 잡아 그를 끝까지 범죄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지만 제임스가 경찰의 추격으로 계획에 실패하자 그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눈치 챈 제임스에 의해 살해 당하며 생을 마감한다.
드라마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미스터 션샤인>,영화 <소셜포비아>,<자산어보>,<한산:용의 출현> 등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변요한도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 <감시자들>에 출연했다. 변요한이 맡은 캐릭터 '엠쓰리'는 정우성이 리더로 있는 은행강도단의 멤버로 경찰과 추격전이 벌어질 때 운전을 주로 한다. 물론 당시만 해도 비중이 크지 않은 조·단역이라 스토리에 크게 개입하지 못하고 비교적 쉽게 경찰에 검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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