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기후 재난시대, 행정에도 창의력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페이스북에 아들의 이야기를 올렸다.
산림이 우거져 있으면 골프장 허가를 받기 쉽지 않으니 멀쩡한 소나무를 자르고 편백을 기른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단 나무부터 베어내는 작전인 듯하다.
구례군은 이 벌채가 있기 전에 땅 주인이 소속된 모 기업과 '구례온천 CC 조성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에서 기후재난이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페이스북에 아들의 이야기를 올렸다. 아이가 수학은 좀 싫어해도 국어는 자신 있어 했는데, 최근 학교에서 받아온 국어 시험 결과가 이상했던지 시험지 사진을 올렸다. 백성들이 글자를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묻는 국어 문제였다. 만화로 어둠 속에 앉아있는 세종대왕을 보여주며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주관식 문제인지라 어른이 봐도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는 긴장되는 마음이라 답했고, 채점 결과 틀림이었다. 정답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지난 3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지리산 자락이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상한 벌채 때문이다. 땅 주인 4명은 무려 21만㎡에서 소나무 1만600여그루를 베어내겠다고 신고했는데 군청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지리산국립공원과 겨우 200m 거리에 삵과 수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골프장이 추진되다가 무산된 사업지이다. 산림이 우거져 있으면 골프장 허가를 받기 쉽지 않으니 멀쩡한 소나무를 자르고 편백을 기른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단 나무부터 베어내는 작전인 듯하다. 구례군은 이 벌채가 있기 전에 땅 주인이 소속된 모 기업과 ‘구례온천 CC 조성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군청의 입장은 ‘침체된 산동면의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을 들여 관산리 일대 150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전략이 겨우 골프장밖엔 없다는 말인가. 그 울창한 소나무 숲을 부숴버리면서까지.
유례없는 폭우로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현재 13명이 숨졌다. 600m 떨어진 미호강의 범람으로 제방이 무너져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미호강에는 사고 발생 전인 오전 4시30분에 이미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위험 상황이 청주시와 4개 구청에 통보됐다.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담당인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주민 대피 등 매뉴얼대로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흥덕구청 측은 이런 사실을 시청과 도청에 전하지 않고, 교통통제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흥덕구청은 "홍수통제소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교통통제라는 정확한 지시가 없어 도로를 통제할 생각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구청의 한 간부는 "지방도 관리는 도에서 하고, 도로 통제 등도 도청의 소관"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에서 기후재난이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앞으로 재난의 양상은 더 거세질 것이 확실하다.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이런 단답형 책상머리 행정을 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용감한 형사들’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무서운 형사사건 해결 과정을 실제 형사들의 육성으로 들려준다. 사실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방법이야말로 정답이 없는 세계이다. 매 순간순간 기막힌 추리로 범죄자를 찾아내는 그 돌파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범인을 꼭 잡아서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열망. 그 지점이 문제 해결의 원동력이 되고 감동을 준다.
행정에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CCTV만 바라보지 말고 발로 뛰고, 머리 쓰고 돈값을 해라. 기후재난이 행정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제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