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금속노조 파업 동참' 노조 집행부 고소…"불법 정치파업"
현대자동차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총파업에 가담한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 집행부를 전격 고소했다.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채 불법 정치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가 자사 노조를 형사 고소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현재 진행 중인 노사 임단협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안현호 현대차노조 지부장 등 임원 6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2일 금속노조 총파업 동참을 위해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눠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노조가 총파업에 참여한 것도 2018년에 이어 5년 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불법 정치파업으로 원칙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대차노조가 쟁의권 없이 불법 파업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합법적인 파업을 위해선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뒤 ‘조정중지 결정’을 받고 ▶내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현대차노조가 이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2주에 걸쳐 진행된 민주노총 총파업 과정에서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산별노조는 현대차노조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따른 참여이므로 쟁의권이 필요 없다”고 반박해왔다.
이에 정부도 경찰 수사와 별개로 현대차노조의 노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5월 쟁의권 없이 파업에 동참한 기아노조 등에 대해서도 노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현행법상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고 쟁의행위 돌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형사 고소가 이미 ‘강대강’으로 흘러가는 현대차 임단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는 지난 13일까지 아홉 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정년연장’ 문제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정년연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거부할 경우 추가 파업까지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안현호 지부장은 최근 노조 소식지를 통해 “대화로 풀리면 잠정 합의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쟁의수순과 단체행동을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사측은 형사 고소 여부를 내부적으로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2018년에 현대차는 노조를 같은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이 기소유예를 결정하며 수사가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고 이번 고소 배경을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은 제기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약 2000대의 생산 차질과 53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이 ‘민사’ 카드를 꺼내지 않은 데엔 최근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대법원은 현대차가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 “불법 파업으로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있었더라도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고정비용에 해당하는 손해를 조합원이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하며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나상현·김수민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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