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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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산별총파업을 14일 오후 5시에 종료했다.
노조가 19년 만에 벌인 이번 총파업에는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서 4만5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이번 총파업이 최악으로 가지 않은 데에는 적절한 명분과 타협으로 출구전략을 찾는 노조, 강온 전략을 구사한 정부, 노사정의 중재를 이끌어낸 중앙노동위원회 역할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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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산별총파업을 14일 오후 5시에 종료했다. 노조가 19년 만에 벌인 이번 총파업에는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서 4만5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 20여곳의 상급종합병원 노조도 파업에 참가했다. 노조는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대 5 제도화 ▲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애초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15일 이후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3일 "정부의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이 없으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파업 첫날부터 의료현장에서 혼란과 혼선이 빚어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루 뒤 14일 나 위원장은 "국민에게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불편이 헛되지 않도록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보건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고 환자분들의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이 최악으로 가지 않은 데에는 적절한 명분과 타협으로 출구전략을 찾는 노조, 강온 전략을 구사한 정부, 노사정의 중재를 이끌어낸 중앙노동위원회 역할 등이 있었다. 노조로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시기에서 의료현장의 총파업을 진행했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 파업기간 중 정부와 세 차례의 면담으로 어느 정도의 명분도 찾았다.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며 강대강(强對强)대치가 이어졌다면 무기한 총파업의 명분을 줄 수도 있었다. 파업기간 중 국립중앙의료원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에 합의했다. 원자력의학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요구사항이기도 했던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을 중앙교섭 결과에 따라 시행하기로 했다. 두 곳의 협상 타결에는 민주노총 출신인 오길성 서울지노위 공익위원과 황보국 서울지노위원장의 공이 컸다고 한다.
총파업이나 소송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중재자가 나서 화해ㆍ조정ㆍ중재 등을 통해서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별총파업은 끝났지만 개별사업장의 파업은 진행 중이다. 부산대병원은 간호사 등 조합원 3500명 가운데 휴직자를 제외한 80%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파업을 선언한 지부를 포함해 노사가 현장 교섭을 벌이고 있어 병원 지부별 파업 여부는 추후 변경될 수 있다. 김태기 중노위원장은 "개별 의료기관 중에서는 노동위원회에 사전조정신청을 해 온 것이 적지 않아 이번 병원 대란 문제는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의료계는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 비대면진료, 의사증원 등의 논쟁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파업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다. 절차와 정당성, 명분있는 파업보다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졌다. 협상카드가 아니라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협박으로 느껴질 수 없고 민심과 멀어질 뿐이다. 이를 볼모로 한 파업은 애초부터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없다. 이경호 바이오중기벤처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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