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유전자 검사’로 우울증 취약한 사람 찾아낸다?

민태원 2023. 7. 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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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전 인구의 20%가 평생 한번쯤 경험하는 흔한 정서 장애다.

고려대 함병주 교수는 17일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으로,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염증 관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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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 염증 유전자 발현 수준 높아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 힌트 제공

우울증은 전 인구의 20%가 평생 한번쯤 경험하는 흔한 정서 장애다. 유전·환경·정신 심리학적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개인별 차이가 매우 심하다. 또 기존 치료제가 효과 없는 환자도 많아 개개인에 맞춰 원인을 밝혀내고 각 원인별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 힌트가 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의 염증 반응’이 우울증의 새로운 원인(조절 인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한규만 교수와 건국대 의대 신찬영 교수, 한동대생명과학부 안태진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최근 만성적 염증 상태가 뇌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해 우울증 발병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동물에서 염증 조절 경로인 ‘인터페론(Interferon)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19~64세 우울증 환자 350명과 정상 대조군 16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자의 특정 부분에 생기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군과 비교해 염증 조절에 관련된 유전자의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정도에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우울증 동물실험과 일치했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주로 환경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인해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할 수 있다.
염증 유전자의 발현은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를 증가시킬수 있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발병시킬수 있다.

건국대 신찬영 교수는 “예를 들어 ‘롱코비드’로 나타나는 우울증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염증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뇌 MRI를 이용해 대뇌 피질 두께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는 염증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려대 함병주 교수는 17일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으로,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염증 관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규만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조기 발견해 예방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Brain, Behavior, and Immunity)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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