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아라키 유코 "'씨 히어 러브', 나에게 도전 그 자체"
일본 배우 아라키 유코가 아마존 OTT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씨 히어 러브'(SEE HEAR LOVE)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이 작품은 한국의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도 사랑해'가 원작이며 '내 머릿 속의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본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 단계서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씨 히어 러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웹툰 작가 이즈모토 신지(야마시타 토모히사 분)와 들리지 않는 여자 아이다 히비키(아라키 유코 분)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으며 아라키 유코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히비키 역을 맡았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에 두려움이 없는 인물이다. 즐겨보던 웹툰이 연재가 중단되자, 직접 작가의 집을 찾아가면서 이즈모토 신지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아라키 유코에게 히비키는 '도전' 그 자체였다. 청각장애를 가진 히비키를 연기하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수화 연습에 들어갔다. 자료와 영상을 찾아보며 그들의 일상을 히비키의 배경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역시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5개월 정도 조금이라도 시간 나면 수화가 필요한 대사를 바로 생각하고 손짓을 움직였죠. 이건 촬영에 들어간 후에도 지속됐어요. 신지가 시력을 잃고 히비키는 선천적으로 듣지 못하니 다른 영화보다 오디오적으로 공백이 많아요. 소리 없는 장면이 계속 이어질 때 낯설기도 했는데 점점 캐릭터에 빠지다 보니 고충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런 부분은 눈빛, 손짓 같은 걸 의식해서 연기했죠. 단순히 뭔가를 채워 넣으려 의식한 건 아니고 '히비키에겐 무언갈 그냥 둘러보는 시간이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이었겠구나' 이런 식으로 해석이 되더라고요. 가장 어려웠던 건 들리지 않는 히비키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상태였어요. 어떨 때는 스태프들이 '들리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데요?'라고 할 때도 있었죠. 반사적으로 소리가 반응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히비키 모드의 센서를 가동해야 했죠. 연기를 할 땐 즐거웠지만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하더라고요.(웃음)"
이재한 감독과도 캐릭터의 완성도를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정확한 길잡이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헤매지 않고 온전히 히비키가 될 수 있었다. 이재한 감독을 옆에서 바라보며 작품을 향한 열정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자세에 감동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가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강인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죠. 밝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로 비칠 수 있도록 고민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감독님께서 꼼꼼하게 디렉션을 주어요. 철저하게 지시를 내려주시는 분들은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잡아줄 정도로 나에게 충실하게 대해주는구나란 마음이 느껴져요. 지시하는 만큼 내가 다 소화할 수 있을 거란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가장 큰 배운 점이라면 끝까지 다 불태워버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을 모두 다 써버리는 스타일이셨어요. 그 부분을 많이 배웠죠."
'씨 히어 러브'는 현재 한국에서는 공개 전이지만 지난 달 6월 9일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공개된 후, 일본에서는 연속 4일 1위를 기록했다. 아라키 유코는 자신이 생각하는 '씨 히어 러브'의 인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순애보를 그린 작품은 참 오랜만이었어요. 요즘에는 멜로에 판타지가 포함돼 있다든지 해서 정통 멜로 장르를 보기 힘들었거든요.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영화가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접점이 줄어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에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OTT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많은 분들께서 봐주시는 게 기뻐요. SNS에 일본어, 한국어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언어로 댓글을 남겨주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해외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기쁘고 감사해요.
'코드블루 닥터 헬리 긴급 구명' 이후 야마시타 토모히사와도 5년 만에 재회해 관심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연기를 보고 자란 아라키 유코이기에 이번 작업은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다.
"'코드 블루'에서는 저의 무서운 상사 역이었어요. 그땐 상하 관계에서 이제는 동등한 시선을 가진 역할로 만나 감회가 새로워요. 야마시타 토모히사 씨가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이해주셔서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인 역할을 할 수 있었죠. 영화 첫 촬영 장면이 두 사람이 공원에서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사랑스러운 시간이었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죠."
아라키 유코에게 '씨 히어 러브'는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표정들을 보며 놀랄 때가 한 두번이었다고 고백했다.
"작품을 완성하고 보니 모든 면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내가 이런 얼굴을 갖고 있구나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우는 연기를 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부분도 전혀 다른 표정이더라고요. 말을 하지 않으면 표정으로 전달해야 하니까요. '내가 이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낀 지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어느 덧 데뷔 15년차를 맞은 아라키 유코. 2008년 영화 '닻을 던져라'로 데뷔한 후, '언젠가 티파니에서 아침을' 시리즈, '집을 파는 여자', '100만 엔의 여인들', '코드블루 닥터 헬기 긴급 구명', '토도메의 키스', '슈츠', 그리고 '씨 히어 러브'까지 무명시절과 조연을 거쳐 히로인이 되기까지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배우 활동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저의 연기를 되돌아보면 긴장할 때가 많았어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서 즐기지 못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연기가 잘 안될 땐 분한 마음이 쌓여가기도 했는데 여러 작품을 경험하며 힘을 많이 뺐어요. 아라키 유코스러운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 싶어요. 지금은 작품을 즐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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