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도 "사진 찍자"…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큰 6억 전기차
‘매직 카펫 라이드(Magic Carpet Ride).’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뜻이다. 럭셔리 카 브랜드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승차감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의 ‘매직 카펫 라이드’는 어떤 것일까. 그 답을 지난 8~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찾았다.
고가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롤스로이스가 만든 최초의 전기차인 ‘스펙터(SPECTRE)’ 시승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온 이들이 참석했다. 중앙일보는 국내 주요 매체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시승은 나파밸리 일대를 400㎞ 이상 주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과 뒷좌석을 오가며 꼼꼼히 스펙터를 체험했다.
이번 행사에는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를 비롯한 롤스로이스모터카 측 주요 임직원이 총출동했다. 참고로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글로벌에서 사상 최대인 6021대를 판매했다. 한국에선 이 중 234대가 팔렸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펙터의 첫인상은 ‘화려함’과 ‘단단함’ 그 자체였다. 매끈하면서 덩치 큰 미남형의 거인이 연상됐다. ‘미드나잇 사파이어’와 ‘트와일라잇 퍼플’ 같은 화려한 색상의 스펙터 10대가 행사에 투입됐다.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살에도 눌리지 않는 화려함이었다. 거리를 지날 땐 현지인들이 스마트폰을 일제히 꺼내 사진을 찍었다. 시그니처인 전면부 ‘판테온 그릴’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크고 넓다고 했다. 샌드 블라스팅(Sand Blasting)으로 매끄럽게 다져 파리도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릴 안쪽에는 22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돼 표면을 은은하게 밝혔다.
전기차 느낌이 들지 않는 전기차
스펙터 운전대를 잡으니 전기차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연기관 차의 주행 느낌을 그대로 구현했을 뿐 아니라, 더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노면에 타이어가 닿아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를 두고 오트보쉬 CEO는 “(하늘의) 거대한 고리에 차가 매달려서 공기 속을 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도 없었다. ‘롤스로이스 먼저, 전기차는 그다음(Rolls-Royce first, electric car second)’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미하르 아요비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롤스로이스적인 경험을 제대로 구현할 만큼 전기차 관련 기술이 성숙했기에 스펙터를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하게 전기차를 내놓기보다는 제반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기를 기다렸다는 의미다.
250만㎞ 주행 테스트, 400년치 데이터 축적
주행보조 기능도 완벽에 가까웠다. 차선을 밟을 때마다 부드럽게 핸들이 떨리는 느낌이 드는 건 기본이다. 2021년 테스트를 시작해 250만㎞를 달리며 400년 이상 분량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했다. 자세 제어도 완벽에 가까웠다. 나파밸리 일대의 구불구불한 길을 급회전으로 돌아도 몸이 기우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18개의 센서가 모니터링을 진행해 조향과 제동, 동력 전달과 서스펜션 등의 변수를 조절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잡아준’ 덕분이다. 모든 과정은 운전자가 인식조차 못 한 사이 스펙터가 스스로 해냈다.
차량 내부는 비스포크 계기판과 문 안쪽에 4796개의 별을 새겨 넣은 ‘스타라이트 도어’ 등으로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스펙터는 2도어의 쿠페임에도, 신장이 180㎝가 넘는 기자가 뒷좌석에 타도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실내는 다른 롤스로이스 차들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원하는 식으로 거의 무한대로 꾸미는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오트보쉬 CEO는 스펙터에 대해 “롤스로이스의 사운을 걸고 만든 차”라며 “고민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다듬어 까다롭고 열정적인 한국 소비자들도 충분히 만족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로백 4.5초…지금 주문해도 2025년 인도
스펙터는 오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차체 강성은 기존 롤스로이스 차량 대비 30% 향상됐다. 아키텍처 활용을 극대화해 배터리와 바닥 사이엔 배선과 공조장치 배관을 넣었다. 700㎏에 달하는 배터리는 흡음재의 역할까지 해낸다. 강력한 파워는 기본, 2개의 독립식 모터는 내연기관으로 치면 584마력에 900Nm의 토크를 낸다. 덕분에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4.5초에 그친다.
장거리 운항 능력도 갖췄다. 스펙터는 완충 시 530㎞(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다. 고속충전기를 사용하면 10→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34분이 걸린다. 9분 정도 충전하면 100㎞를 달릴 수 있다. 동시에 최고의 커넥티드 기능을 갖췄다. 기존 모델 대비 3배 이상 많은 송수신 신호를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기상 상황과 도로 유형, 차량 상태에 맞게 차가 반응한다.
이제 갓 공개됐지만, 스펙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스펙터를 지금 주문해도 2025년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스펙터의 국내 판매 가격은 6억2200만원부터다. 롤스로이스 측은 스펙터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다.
나파(미국)=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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