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반격하려면? 저 이정후가 잘해야죠”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5)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스타다. 2017년 앳된 신인으로 데뷔해 무럭무럭 실력을 키워 지금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인성과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팬과 미디어를 대할 때는 항상 바른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또렷이 말할 줄 안다. 또, 올해부터는 키움의 주장까지 맡아 20대 중반의 나이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 무대의 문을 두드린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여러 구단으로부터 받는 관심은 이미 뜨겁다. 소속팀 키움의 재가도 일찌감치 떨어졌다. 진출 여부는 사실상 확정됐고, 어느 구단과 어떤 규모의 계약을 맺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겼다. 바로 올 시즌 초반 부진이다. 이정후는 개막 후 4월 한 달간 22경기에서 타율 0.218(87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 11득점으로 자기 몫을 다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성적이 아주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매번 타율 3할대 중반을 넘보는 이정후를 떠올리면 만족스러운 기록은 분명 아니었다. 특히 22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날이 9게임이나 된다는 점은 이정후의 부진을 대신 말해줬다. 주변에선 “타격폼을 바꾼 이정후에게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헛스윙이 나오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래도 이정후는 이정후였다. 이전 타격폼으로 돌아와 5월부터 감각을 찾더니 6월과 7월 각각 월간 타율 0.374와 0.390으로 온전히 지난해 타격 5관왕의 위용을 되살렸다. 그리고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진행된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생애 처음으로 최다득표의 기쁨을 누렸다.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정후는 “올스타전 최다득표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이렇게 많은 표를 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웃었다.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스타전을 마음껏 즐긴 이정후의 시선은 이제 후반기로 향한다. 현재 이정후가 속한 키움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반기 순위는 9위(38승2무46패). 한때 중위권을 지켰지만, 최근 7연패라는 우울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정후는 “아쉽다는 생각만 든다. 더 높은 순위로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144경기를 모두 이길 수는 없지 않나. 전반기 동안 많이 졌으니 후반기에는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키움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전반기 막판 외국인투수 에릭 요키시와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을 방출하고, 이안 맥키니와 도니 로슨을 영입했다. 이정후는 “새 외국인선수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 또, 부상자들이 빨리 돌아와서 힘을 보태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끝으로 이정후에게 “후반기 키움의 반등을 책임져야 할 선수를 꼽아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정후는 곧장 “바로 나”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주장이기도 하고, 또 주축타자 아닌가. 그런 점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았다. 나만 잘하면 순위가 금방 올라가리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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