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미토모, 60세이상 정년연장·급여 2배 인상…인력난 속 시니어 확보

내년 4월 정년 60→65세로 대폭 늘려
급여는 현역 수준 맞춰…기존 2배로 증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정년 연장, 급여 인상으로 시니어 인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저출산·고령화에 젊은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인생 100세 시대'에 시니어 인력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내년 4월부터 정년 연령을 60세에서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동안 60세 이후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고용하면서 급여 수준을 40~50%로 낮췄는데, 앞으로는 60세 이상 직원의 연 수입을 현역 수준인 59세 말 시점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60세 이후 급여 수준은 기존의 2배로 늘어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스미토모화학은 이번 조치로 전 직원 중 60세 이상 비율이 현재 3%에서 10년 이내에 17%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시니어 인력을 전력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으로 노사 합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니어 인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일본 기업은 스미토모화학만이 아니다. 무라타제작소도 60세 이상의 임금 체계를 재검토한다. 내년 4월 이후 60세 이상 직원에 대해 59세 이전 임금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정년은 65세로 높이되 64세까지 자유롭게 정년을 설정할 수 있는 선택정년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일본 우동 체인 마루가메제면의 모회사 토리돌홀딩스도 지난 4월 현장 책임자의 연령 상한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 또 마루가메제면 등 산하 자회사 3곳의 아르바이트 경력 채용 취업 연령 제한도 없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도 59세 이상 직원에는 별도의 직책을 부여하지 않는 제도를 운영해왔는데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정년을 연장하고 급여를 높이는 등 조치를 취하는 건 인력난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버블 붕괴로 40~50대는 채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1990년대 안팎으로 경기가 좋을 때 대량 채용했던 세대는 곧 60세 정년을 맞아 인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싱크탱크 리크루트웍스연구소에 따르면 50대 이하 인구 감소로 인해 2040년에는 노동 인구가 1100만명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60세 이상의 연령대가 일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본 총무성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노동 인구는 1454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6%를 차지했다고 한다. 65~69세 취업률도 50.8%로 10년 새 14%포인트 올라 2명 중 1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2021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개정돼 기업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급여 수준이 낮고 직책도 한정돼 시니어 인력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긴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기업들이 이를 개선해 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