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학적 분절화 지속…역동적인 비전 있어야”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진욱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3@mk.co.kr) 2023. 7.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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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윤택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윤택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윤택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2023년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환경에 따른 정책 과제와 그 대응 방안에 대해 국내외 석학들과 머리를 맞댔다. 윤 교수에게 한국을 둘러싼 퍼머크라이시스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Q. 퍼머크라이시스에 봉착한 세계 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개편될까.

A. 세계적으로 자국 경제 우선 정책과 동맹국 중시 정책이 강화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출입 규제 등을 포함한 무역 규제로 국가 간 자본 이동 규모가 줄어들고 단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구적인 세계 질서의 변화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는 일정 기간 이어질 것이다.

Q. 글로벌 퍼머크라이시스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A. 글로벌 지경학적 분절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역 적자다.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같은 특정 산업에 수출이 치중됐다. 중국과 같은 특정 교역국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특수성이 지경학적 분절화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글로벌 경제 통합 시대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간주돼왔던 요인들이 퍼머크라이시스 국면에서는 성장 저해 요인으로 돌아온다.

Q. 한국 정부나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A. 고착된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퍼머크라이시스에 접근하면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첫째, 퍼머크라이시스를 대응하는 방식에서 국가 간 반드시 지켜야 할 유일한 원칙은 없다. 다자주의의 실용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제도적인 방안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국내 투자와 무역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끌 부문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

Q. 퍼머크라이시스를 극복하려면.

A. 퍼머크라이시스에는 ‘영구적인 세계 질서의 변화로 인한 위기’라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기는 위태로움과 기회의 합성어다. 퍼머크라이시스는 역설적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 극복에는 역동적인 비전이 큰 힘이 된다. 현재 퍼머크라이시스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 성장에서 역동적인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성장 저해 요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수준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넓은 안목의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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