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가계 빚 부담·증가 속도 급증…호주 이어 전세계 2위

서소정 2023. 7. 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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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DSR 13.6%…코로나19 이후 상승폭 최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1년 8월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여파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 정도와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번 연속 동결했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가계 빚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BIS는 국민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한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와 한국에 이어 캐나다(13.3%),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이 지난해 기준 DSR이 10%가 넘었다. 영국(8.5%)과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가계 빚 증가 속도 또한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하면 0.8%포인트 상승해 13.5%에서 14.7%로 1.2%포인트 오른 호주 다음이었다. 캐나다 0.7%포인트(12.6→13.3%), 미국 0.4%포인트(7.2→7.6%), 핀란드 0.3%포인트(7.2→7.5%), 일본 0.1%포인트(7.4→7.5%), 스웨덴 0.1%포인트(12.1→12.2%), 포르투갈 0.1%포인트(6.1→6.2%)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조사 대상 17개국 중 9개국은 지난해 DSR이 하락했다. 2021년 기준 노르웨이(14.5%), 덴마크(14.2%), 네덜란드(13.8%), 호주(13.5%) 등의 DSR은 한국(12.8%) 보다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의 DSR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모두 넘어섰다.

DSR 추이 변화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2019년 말 대비)은 1.4%포인트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컸다. BIS DSR은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 미보유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시 대출 만기를 일괄 적용(18년)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속도 등을 국제 비교하기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사상 최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2021년 소득·지출 대상) 기준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29.4%,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가계대출 차주 기준으로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4분기 40.6%로 BIS 기준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DSR 수준과 증가 속도가 호주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소폭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1261조4859억원에서 지난해 1248조11억원으로 1.1% 줄어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 감소했다.

그러나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가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오르면서 빚을 진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게 됐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DS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고,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6월 은행 주담대는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 확대, 입주 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7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기준) 금리를 연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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