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남는 것 없는 요즘 드라마” 지적까지…재미·안정 추구 급급한 ‘TV 콘텐츠들’

장수정 2023. 7.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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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가 액션을 한다. 그런 작품도 필요하지만, 머리에 남는 건 없다. 머리에 남고,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개발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시청자는 돌아온다.”

배우 이순재가 신인 작가들이 선보이는 단막극 tvN·티빙 프로젝트 ‘O'PENing 2023’(이하 ‘오프닝 2023’)의 제작발표회에서 “최고령 배우로서 방송사에 부탁할 게 있다”며 꺼낸 말이다. 그는 “드라마는 감동이 첫째고 재미는 그 다음이다”라며 제대로 된 역사극,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홈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tvN

이순재의 말처럼, 최근 방송사들이 제작하는 드라마들은 재미와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는 장르물 또는 이미 구축된 팬덤만을 겨냥하는 시즌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웹툰, 웹소설을 원작 삼아 이미 검증된 재미를 옮겨 담는 등 리스크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BS는 ‘모범택시2’, ‘낭만닥터 김사부3’를 연달아 선보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8월에는 ‘소방서 옆 경찰서’의 시즌2까지 선보이며 ‘인기 IP’ 만들기에 주력한다. 시즌제 드라마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물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인공들의 복수극 다룬 MBC ‘넘버스: 빌딩 숲의 감시자들’, tvN ‘이로운 사기’ 등 장르적 쾌감을 강조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나는가 하면, 재벌 2세와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 다룬 JTBC ‘킹더랜드’ 등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최근 ‘닥터 차정숙’까지. 연이어 대박 작품을 배출한 제작사 SLL의 박준서 제작총괄은 “종전까지 JTBC 드라마는 작품성은 좋지만 우울하고 어둡다는 인상이 있었다. 좋은 이야기를 다소 어렵게 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며 “작년부터 대중적인 부분에 무게를 두는 형태로 변화를 줬다”고 만족감을 표하며 재미있는 대중적인 드라마를 지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박 제작총괄의 말처럼,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통해 쏟아지는 콘텐츠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않으면 바로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밀린다.

방송사들의 어려워진 실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늘어난 채널들에 이어 OTT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위상이 전과는 사뭇 달라진 방송사들이 이제는 드라마의 숫자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KBS, MBC, SBS가 수목드라마를 잠정 폐지한 데 이어 tvN까지 최근 수목극의 자리에 드라마 대신 예능을 편성하며 어려워진 상황을 실감케 한 바 있다. 이렇듯 좁아진 기회 속, 도전보다는 톱스타, 또는 인기 장르 등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도 하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TV 방송수신료, 즉 KBS와 EBS 방송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KBS와 EBS의 공적 재원 위축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게 되면, KBS의 수신료 수입이 연간 4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KBS의 공적인 책무 이행이 어려워지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코로나19를 거치며 크게 위축된 영화계를 비롯해, 앤데믹 이후 성장세가 멈추며 위기 목소리 내고 있는 OTT들까지.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상황이 어렵다’는 호소 나오는 상황 속 흥행이 보장된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쏠림 현상’은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저마다 수위 높이거나, 인기 장르에만 집중해 이목을 끌고자 하는 등 ‘리스크 줄이기’에 방점을 찍으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나 주제의식은 다소 뒷전이 되는 상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지금도 방송 콘텐츠들, 특히 지상파 콘텐츠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상황이다.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부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무작정 OTT 콘텐츠들을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송사에 요구되는 역할, 또 해야 하는 역할은 하는 것이 결국 차별화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재미 있고, 깊이도 갖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두 방향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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