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해명, 왜 꼬였나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리투아니아의 인터넷신문 주모네스(Zmones)등은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의 빌뉴스 시내 럭셔리 패션 부티크 쇼핑을 보도했다. |
ⓒ 주모네스 보도 갈무리 |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국내 일부 언론이 리투아니아 매체 기사를 인용해 김 여사가 현지 명품 매장들을 방문해 쇼핑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직원의 호객 행위로 매장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국내 한 언론에 "김 여사가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은 한 것은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며 "가게 쪽이 영부인이 지나가는 걸 봤고, 가게를 방문하게 하기 위해 친절하게 초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엉뚱한 해명
하지만 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 보도를 보면 김 여사는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해 총 5곳의 매장을 다닌 것으로 돼있습니다. 상점 직원이 삼엄한 경호벽을 뚫고 영부인에게 접근해 호객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설혹 상인이 호객 행위를 했다고 해도 경호원들이 방관했다면 직무유기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대통령실이 사태를 무마하려다 보니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은 셈입니다.
당초 김 여사 명품 쇼핑 사실은 국내에 먼저 전해진 뒤 역으로 리투아니아 현지 취재진에 알려졌습니다. 질문을 받을 당시 대통령실의 공식 답변은 "대답 없음"이었습니다.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실은 파장이 심상치 않자 핵심관계자 명의로 '호객 행위'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은 겁니다. 그러나 이런 엉뚱한 해명을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어설프게 사안을 뭉개려다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기간 중 벌어진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연상시킵니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국내에서 먼저 제기돼 거꾸로 뉴욕 현지의 언론과 대통령실에 알려진 과정부터 유사합니다. 당시 대통령실도 처음엔 침묵을 지키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16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새로 해명을 내놓을 때마다 앞선 설명과 충돌해 논란이 커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브리핑 내용도 논란입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의 각오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결시키는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나라가 망할 위기에 놓였던 임진왜란과 지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을 동일시하는 건 과도하다는 겁니다.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전후 복구 사업을 강조하는 것도 부적절해 보입니다. 한국 입장에선 전후 복구 사업 참여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지만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혹여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최소 66조 원 규모" 같은 발표는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홍보에 급급하다 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인상을 줍니다.
대통령실의 정무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건 무엇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솔직하게 사실을 밝힌 뒤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하는 데 무조건 숨기려는 습성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실 참모들보다 대통령에게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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