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강렬한 주황색으로 7월을 물들이는 꽃, 참나리

김현정 2023. 7. 17.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월이 되니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되네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곧 땀이 주르르 흐르죠. 이런 무더위엔 실내에서 시원하게 지내는 게 최고인데, 바깥에 있는 식물들은 어떻게 그 더운 날씨를 견디며 사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더운 계절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죠. 능소화·배롱나무·무궁화·석류·접시꽃·참나리·작살나무 등이 그들인데요. 그중에서도 7월을 대표하는 꽃이라 할 수 있는 참나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0 참나리


골목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화단이나 화분에 심긴 참나리를 많이 보게 됩니다. 1∼2m 높이의 줄기 끝에 피는 강렬한 주황색 꽃이라 저절로 눈길이 가지요. 참나리의 학명은 'Lilium lancifolium'이에요. Lilium은 백합이란 뜻이고, lancifolium에서 앞에 붙은 lance는 창이란 뜻입니다. 아마도 뾰족하게 뻗은 꽃잎의 모양을 창으로 묘사한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참나리 외에도 학명에 lancifolium이란 말이 붙은 식물이 꽤 많아요. 영어로는 ‘Tiger lily’라고 하죠. 참나리의 꽃잎이 주황색인 데다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것이 호랑이를 연상하게 했나 봅니다.

참나리의 생김새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백합꽃과 많이 닮았죠. 참나리는 다른 이름으로 나리꽃·알나리·백합이라고도 불려요. 참나리의 나리는 백합 종류를 통칭하던 전통 명칭입니다. 우리나라엔 나리 종류가 아주 많아요. 하늘나리·땅나리·중나리·솔나리·말나리·하늘말나리·털중나리·섬말나리 등 자생하는 것이 17종 정도 된다고 해요. 참나리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암벽 틈이나, 산지 바위 틈바구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개체들이 자주 발견되죠. 가히 나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0 참나리


그중에서도 참나리는 쓰임새가 많아서인지 이름에 ‘참’자가 붙었어요. 크기도 나리 중에서 가장 큰 편이죠. 참나리야말로 나리 중에 가장 으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참나리는 일부러 재배할 만큼 유용한 자원식물이기도 해요.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심지만, 어렸을 때에는 나물로도 먹고, 과거 한약재로도 많이 사용됐죠. 특히 많은 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비대해진 알뿌리(비늘줄기)는 기침이나 장 건강을 위한 약재로 썼으며, 진정 작용·항알레르기 작용도 있다고 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0 참나리


참나리는 여러모로 눈에 띄고 신기한데 그중에서도 수술이 특이합니다. 진한 갈색의 꽃가루주머니를 달고 있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이리저리 흔들리죠. 청소기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며 이곳저곳 청소하기 좋게 되어있는 것처럼 참나리 수술주머니가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데요. 나비가 꽃에 앉으려고 해도 자꾸 흔들거리니 제대로 앉지를 못합니다. 나비는 계속 앉으려고 시도할 것이고 그러면서 다리나 몸에 꽃가루를 흠뻑 묻히게 되겠지요. 생각해 보면 참 머리가 좋은 꽃이기도 합니다.

나리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참나리의 줄기에는 잎과 줄기 사이에 있는 잎겨드랑이마다 짙은 갈색의 주아(珠芽)가 달려있습니다. 주아는 구슬눈이나 살눈, 육아(肉芽)라고도 하는데 영양분을 저장하여 다육질로 변해 구슬 모양이 된 눈을 말하죠. 참나리는 이 주아가 땅에 떨어져 자라나는 영양번식을 합니다. 엄마와 유전자가 같은 개체가 바로 다음에 이어서 자라는 것이지요. ‘마’라고 하는 식물도 주아가 발달해서 번식하는 종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0 참나리


그러면 주아가 있으니까 참나리는 씨앗이 따로 생기지 않을까요? 씨앗도 따로 생깁니다. 꽃가루받이를 통해 씨앗이 생기는데, 신기한 건 주아를 심으면 거의 대부분 발아가 되는데, 씨앗의 발아율은 낮다고 합니다. 씨앗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엄마 개체와는 다른 유전자를 가질 수 있어서 병충해 등에 강할 수 있는데, 오히려 유전자가 같은 ‘주아’로 번식하는 개체가 잘 생장하는 것을 보면 참나리는 다양성보다는 개체의 숫자로 병충해에 대응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저마다 다른 전략을 가진 식물들의 세계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