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도 이미 가입했다...'쓰팔'에 재미 들린 '쓰린이' 정치인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자신의 스레드에 “솔직히 예비군 끝나는 나이 정도 되면 스스로 ‘청년’이라는 호칭을 쓰지 말자. 정치권의 ‘청년 나이 인플레’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썼다. 정치권에서 40대 초반까지를 포함하는 ‘청년’ ‘MZ세대’라는 말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8일 스레드 계정을 개설한 그는 16일 현재 1만5000여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스레드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전국적 폭우가 우려되던 13일 “이번 비는 우산으로 못 막는다. 다들 꼭 집으로 들어가고. 이불 밖은 위험행”이라고 적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써왔던 존댓말 형식을 과감히 버린 형태였다. 이 글엔 청년층의 댓글 599개가 달렸다.
정치권 인사들이 새로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트위터와 비슷한 텍스트형 SNS인 스레드는 500자로 글자 수가 제한돼 명료한 메시지가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IT기업 메타(META)가 지난 6일(한국기준) 출시해 16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1억명 이상, 국내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특히 청년 정치인의 호응이 크다. 국민의힘에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장경태·장철민 의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지기반인 청년층과 소통하는 내용을 주로 올린다. 이 전 대표는 12일 “보좌진 여러분, 여러분의 ‘영감님’(국회의원)이 ‘우리도 스레드 해보자’고 하면 ‘영감님은 안돼. 오히려 사고 쳐’라고 당당히 말해라”고 적었다. 이기인 도의원은 9일 “각종 지저분한 광고, 저질 게시물 등에서 스레드는 아직 깨끗해서 좋다”라고 적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첫 게시물로 “‘쓰팔’(스레드에서 친구를 맺는 것)해요”라고 올렸고,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정치인 체면 생각해서 쓰팔 좀 해줘라”고 적었다. 국회 관계자는 “스레드가 청년층 사이 많이 활용되는 만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격의 없이 다가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들은 ‘쓰린이’(스레드 초기 입문자), ‘쓰인물’(스레드에 적응한 사용자) 등의 신조어까지 자주 사용하며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자 중견 정치인들도 하나둘씩 가세하고 있다. 16일 현재 팔로워 1만여명을 확보한 김 지사는 “어제 올린 글을 직원들한테 걸려서 휴대폰을 2주간 압수당할 뻔했다”는 너스레로 청년층의 관심을 끌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첫 게시물을 올리며 “첫 스레드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썼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가입은 한 상태지만 아직 게시물을 올리지는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스레드는 트위터와 달리 PC로 들어갈 수 없고 스마트폰 앱으로만 접속할 수 있다 보니 아직 사용에 서툰 분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달리 정치적인 메시지가 별다른 호응을 끌지 못해 여기에 메시지를 내야할지 말지 정치인들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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