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요즘 뭐 봐?]‘열아홉 스물’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 청춘 리얼리티의 설렘

김은구 2023. 7. 1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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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는 순간. 누구나 그때의 기억 하나쯤은 있을 터다. 특히 입시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억누르고 살았던 고교시절을 통과하는 그 시기에는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19/20(열아홉 스물)’은 바로 그 시기를 리얼리티 예능 속으로 가져왔다. 연애 리얼리티라고 하기엔 조금 과한 듯해 ‘청춘 리얼리티’라고 지칭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솔로지옥’ 제작진이 참여했지만 ‘열아홉 스물’은 ‘솔로지옥’ 같은 화끈함보다는 풋풋함으로 승부하는 리얼리티다. 물론 구성적으로 보면 ‘솔로지옥’이나 ‘열아홉 스물’이나 유사한 지점이 있다. ‘솔로지옥’이 지옥도, 천국도 같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듯이, ‘열아홉 스물’도 ‘열아홉 학교’, ‘스물 하우스’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데이트권이 달린 미션이 ‘솔로지옥’에서 치러진 것처럼, 원하는 친구에게 책과 함께 편지 전하기나 체육시간에 짝으로 팀을 구성해 경기를 하거나 또 탁구부, 천문부로 특별활동부를 나누고, 하고 싶은 요리를 정해 함께 요리를 할 짝을 만나는 식의 ‘작은 미션’들이 치러진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열아홉 청소년들이고 또 배경도 학교인지라 이러한 미션들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이 묻어나고,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큰 설렘과 감동을 느끼는 모습들에서 풋풋함이 느껴진다.

물론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대놓고 연애를 내세우진 않는다. 그래서 아예 기본 룰로 ‘연애금지’를 세워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청춘들의 마음을 금지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자신을 희생하는 듬직한 모습에 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책에 마음을 담아 전해주는 이에게 생애 처음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남자고등학교를 다녀 이성과 함께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설레는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말을 건넬지 몰라 주저하는 친구도 있고,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이 다른 아이와 친하게 대화를 나눌 때마다 이를 의식하는 걸 감추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그래서 ‘열아홉 스물’이라는 청춘 리얼리티는 보는 내내 그 미숙함에서 오히려 느껴지는 매력에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그 미소에는 설렘이 반이지만. 

마치 학원물로 그려진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사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생각보다 대단한 사건(?)이 없다. 그저 옆자리에 앉은 짝꿍이랑 점심시간에 밥을 같이 먹으며 반찬을 나눠먹으며 살짝 느껴지는 감정이나, 메이크업 수업을 받으며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볼 때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의 감정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 마디로 순수하다. 축구 보는 걸 좋아하는 취미가 같거나, 하다못해 별자리가 같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언가 잔뜩 의미 부여하며 설레하는 그런 나이이니 말이다. 

하지만 ‘열아홉 스물’이 이런 꾹꾹 눌러놓는 설렘만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12월 마지막 주의 방영분에서는 대놓고 꺼내놓지 못하는 마음들을 바라보는 풋풋함에 머물고 있지만, 이제 스무 살이 되는 1월의 첫 주 동안 이들이 보여줄 모습들은 또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솔로지옥>의 지옥도에 있다가 하룻밤 커플이 되어 천국도로 왔을 때 마음이 활짝 열리듯이, ‘열아홉 학교’에서 만났던 이들은 ‘스물 하우스’에서 어떤 감정들을 보다 더 꺼내 보여줄까. 

한 편의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열아홉 스물’은 우리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청소년 드라마 특히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청춘멜로물을 리얼리티판으로 다시 보는 반가움이 있다. 한창 누군가를 좋아하고 설레하며 때론 아프기도 한 그 시기의 감정들을 우리네 사회에서는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던가. 입시교육 하에서 공부할 나이가 따로 있고 연애할 나이가 따로 있다는 식으로 부정됐던 청소년들의 연애감정이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저 마라맛으로만 달려가는 연애 리얼리티 속에서 이렇게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예능이라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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