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만에 충북도 면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 분통

김화빈 2023. 7. 1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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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충북도 매뉴얼 반복, 행정국장은 '방사포'도 몰라... 유족들 "왜 둑이 무너졌는지 밝혀야"

[김화빈 기자]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 김화빈
 
[기사 보강 : 17일 오전 10시 25분] 

"이태원 참사처럼 (정부가) 결론을 내놓고 조사할까 염려돼요."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들과 합동 조사할 의향은 없나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이 참사 후 36시간이 지나서야 만난 충청북도 측을 질타하며 진상조사 등 향후 지자체 및 정부의 대응에 불신을 드러냈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에 안치된 희생자 4명의 유족을 찾았다. 면담 초반부터 유족들은 "저희가 신형근 국장님을 만나려고 별 짓을 다했다"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가장 먼저 유족들은 정부의 진상조사 계획에 우려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신 국장의 말을 듣던 유족 A씨는 "이 지역에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들이 있지 않나. 이들과 결합해 조사할 의향이 없냐"고 지적했다. 다른 희생자(1954년생)의 유족 B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제가 염려하는 건 (정부가 인재가 아닌 사고로) 결론을 내놓고 조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이태원 참사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뉴얼" 반복한 충북도... 행정국장은 '방사포' 몰라 
 
 폭우 및 제방 유실로 침수(15일 오전 8시 45분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이튿날인 16일 밤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1시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유족들은 "매뉴얼"만 반복한 충북도청 측을 비판했다. 신 국장의 설명을 들으며 메모하던 또 다른 희생자(2000년생)의 유족 C씨는 "지금 말씀하시는 게 인터넷 뉴스와 똑같다. 유족들도 다 안다"며 "유족들은 왜 침수된 지하차도가 (행정안전부가 정한 위험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인지, 왜 둑이 무너졌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 국장은 "죄송스럽지만 제가 행정국장이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미호천교 공사 현장서) 무너진 둑은 저희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공사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된 '대용량 방사포(물을 퍼내는 기계)'의 이름을 몰라 유족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유족들은 충청북도가 유족들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한 고인의 동생이라고 밝힌 D씨는 "사고사가 아닌 참사인데 유족들 보고 경찰서에 와서 (검안서를) 확인해달라고 한다"며 "오늘 저녁까지 와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 사고의 원인은 정부 쪽에 있는 건데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일부터 발인을 하는데 장례비용 등 관련 절차를 미리 안내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단 하고 나중에 소송하라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희생자(1992년생)의 유족 E씨는 "충청북도에 연락하면 알 수 없다고 하고 청주시청에 전화하면 담당이 아니니 보고를 올린다고 한다. 그리곤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된다"라며 "관할 부서가 나뉘어져 있다고 변명할 게 아니라 TF를 구성해 유족과 전담해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옆에 있던 다른 유족은 펜을 내던지며 "제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 모일 자리 마련해 달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10번째 희생자(버스기사)가 발견된 직후인 17일 오전 2시께 희생자가 옮겨진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소중한
 
이르면 오는 18일 발인을 앞둔 유족들은 합동분향소 설치 여부조차 제때 알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늘 밤 발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유족 B씨는 "합동분향소 계획은 없는 거냐"며 "어제(15일) 사고가 났는데 정부에서, 충청북도에서 그런 걸 준비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신 국장이 "유족들에 일일이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 합동분향소를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유족들은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C씨는 "(충청북도가) 유족들이 모일 자리를 마련해주든 연락처를 공유해주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유족도 "어제 사고가 났다. (일부 유족은) 내일 (발인 후) 나가신다. 저희도 내일 모레 나가는데 (유족들끼리 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발인을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국장은 "유족 분들이 원하시면 내부 검토를 거쳐 오송 쪽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오늘 중으로 전체 유족들에 문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폭우 및 제방 유실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며 벌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총 13명(1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5일 1명, 16일 8명, 17일 4명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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