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장마와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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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 속에서 눈을 뜬 지 벌써 일주일은 넘은 것 같다.
여름 동안 비가 내리는 기간이 매년 길어지기에 기상학계에서는 500년 동안 사용돼온 '장마'라는 단어가 아니라 '우기'라는 이름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탄소 배출로 경제 성장을 이뤄놓은 그들의 비판이 마냥 합리적이지만은 않지만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인식이 한국에 부족하다는 사실만큼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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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 속에서 눈을 뜬 지 벌써 일주일은 넘은 것 같다. 여름 동안 비가 내리는 기간이 매년 길어지기에 기상학계에서는 500년 동안 사용돼온 ‘장마’라는 단어가 아니라 ‘우기’라는 이름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을 뜻하는 한자어 ‘장’과 비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마’의 합성어인 ‘장마’ 대신 ‘비가 내리는 기간’이라는 의미의 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변화한 기후에 보다 적합하다는 맥락이다. ‘우기’라는 용어 사용이 옳다고 느껴지면서도 그 말이 한국에서 사용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채우고 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덥고 찬란한 여름 방학의 기억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기’ 동안이라면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한국을 떠나고 없어 텅텅 빈 거리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침수 피해로 위험하기에 일층과 반지하 거주가 금지되거나 더욱 회피되는 경향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매년 점점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이유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 중 기후위기 활동가로 살아가거나 기후변화를 통렬하게 인지하고 있는 친구들이 우울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유럽 같은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은 한국이나 중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에 탄소 배출로 경제 성장을 이뤄놓은 그들의 비판이 마냥 합리적이지만은 않지만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인식이 한국에 부족하다는 사실만큼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서울이 물에 잠겼을 때 가장 침수 피해가 심한 곳에 있었다. 예년의 폭우 정도이려니 생각하며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둥둥 떠 있는 차들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전쟁터처럼 변한 강남 한복판을 바라보며 모두가 놀랐지만 기후위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정말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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