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내딛은 국경통과 CCS… 탄소중립 이정표 향해 출발”
유럽선 국가 간 이송·저장 활발
호주 ‘바로사 가스전’ 이정표될 듯
산업계에선 탄소중립 실현의 방안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땅과 바다 지층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은 선진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장 화석연료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한국 기업들도 CCS 기술을 주춧돌 삼아 국내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16일 국제 CCS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상업 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30개에 이른다. 연간 4258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건설 중이거나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160개를 넘는다.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하면 2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
해외에선 안정기에 접어든 CCS 사업이 적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경제·안전·친환경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권이균 한국CCUS 추진단장은 지난 13일 만난 자리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지향점으로 가는 길목에서 어떤 기술이 우월하며, 어떤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쟁은 어리석다”면서 기술 간 대립을 자제할 때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CCS가 ‘비싼 기술’이라는 데 대해 “향후 탄소시장의 변화와 CCS 기술 개발·대형화를 통한 비용 절감 등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한 경제 논리”라면서 “CCS는 자원개발, 발전, 수소, 탄소 포집·활용(CCU) 등으로 연계할 사업이 많다. 단일 사업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200여건의 유발지진 중 CCS는 단 3건으로 비중이 1%에 못 미친다. 노르웨이 슬레이프너 CCS 프로젝트는 1996년부터 연간 1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서도 한 건의 사고 없이 안전하게 상업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국가 간 이산화탄소 이송·저장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3월 벨기에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덴마크 저장소에 주입한 게 최초 사례다. 노르웨이 네덜란드에서 공동 추진하는 노던라이트 프로젝트는 내년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처럼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묻을 곳이 부족한 나라에서도 국내외 저장소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에선 삼성엔지니어링, SK E&S 등이 국경을 넘나드는 CCS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첫발을 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단장은 “프로젝트의 타당성 평가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한국 정부에서는 2050년 CCS 처리량의 50%를 국경통과 CCS로 설정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업이 처음 시도해 개선점을 찾아내고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쥐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호주 ‘바로사 가스전’과 ‘바유운단 폐가스전’ 연계 프로젝트의 경우 절차상 잡음이 있지만, CCS 기술 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CS 기술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얼마나 빨리 비용을 줄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탄소 가격이 적정 수준에서 형성될지 관건이고, 기술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등 주변 산업과의 연계로 효율적 모델도 창출해야 한다. 권 단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 넷제로 달성은 불가능하다’면서 CCUS 상용화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련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도 CCUS 통합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 국가가 각종 지원을 뒷받침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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