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채만한 흙더미가 우르르… 주택이 통째로 쓸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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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예 알았겠노 이래 될 줄을우리 형님 자주 만나기라도 할걸."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매몰된 장모씨 부부의 사촌 동생 장씨는 한달음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백석리는 이번 기록적 폭우로 가장 피해가 큰 마을 중 하나다.
친형 장씨는 한 주민에게 절망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동생 집이) 여기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뒤 장씨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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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도로 유실로 장비 진입 난항
탐침봉으로 찌르며 일일이 수작업
주민들도 삽 들고 복구작업 도와
“우예 알았겠노 이래 될 줄을…우리 형님 자주 만나기라도 할걸.”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매몰된 장모씨 부부의 사촌 동생 장씨는 한달음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백석리는 이번 기록적 폭우로 가장 피해가 큰 마을 중 하나다. 산사태로 마을 진입로가 유실되고, 도로와 가옥들이 흙더미에 완전히 파묻혔다. 이곳에서 14년째 동네 일꾼 역할을 해 온 장씨 부부도 집으로 쏟아지는 토사를 피하지 못하고 매몰됐다.
사촌 동생 장씨는 뻘밭으로 변한 길을 힘겹게 오르며 매몰된 장씨 부부 집으로 향했다. 매몰된 장씨의 친형과 아들도 함께 했다. 30여분간 산을 올랐지만, 이들이 마주한 건 거대한 흙더미였다. 장씨 내외가 살던 집은 온데간데없었다.
친형 장씨는 한 주민에게 절망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동생 집이) 여기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가 가리킨 곳엔 옷가지, 살림살이, 농기구 등이 물기 머금은 흙덩이와 한 데 뒤엉켜 있었다. 주민들은 “집이 통째로 쓸려 내려갔다” “창문 너머로 보니 앞집이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나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쾅쾅하고 큰 바위가 굴러가는 소리에 깨서 나와 보니 이미 산사태로 마을이 쑥대밭이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온전한 집이 하나도 없어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이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뒤 장씨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 아들은 말을 잃었다. 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전날 소식을 접하고, 부모가 계신 곳을 찾으려 인근 병원을 전전했다고 한다. 모친이 발견된 장소는 원래 살던 집에서 20m가량 떨어진 지점이라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이날 오전부터 경북 지역에는 2000명 넘는 인원과 수백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백석리에도 80여명의 구조 대원이 탐침봉을 들고 진흙을 쑤셔가면서 위험한 지형인지, 혹시나 토사 아래 실종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내린 비로 현장이 뻘밭으로 변해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현장으로 가는 길이 대부분 유실돼 중장비의 이동도 어려웠다. . 경북도소방본부 구조팀장은 “다 토사로 뒤덮여 있어 발을 넣으면 푹푹 빠지고, 그 안에 실종자가 있을 수도 있어 일일이 탐침봉으로 찌르며 수작업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백석리와 함께 피해가 컸던 감천면 벌방리 주민 유모(72)씨는 삽을 들고 집 앞 골목길에 쌓은 진흙을 퍼냈다. 유씨는 “피해지역이 많아 우리 마을에는 굴착기 2대만 복구에 투입된 거 같다”며 “칠십 평생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고 산사태가 심하게 난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옆에선 포크레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차를 들어내고 토사를 퍼 올렸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예정된 작업 시간이 끝나가자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통곡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사위가 캄캄해진 뒤로도 한참을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예천=김재환 김재산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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