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윤의 MZ 관찰기] MZ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다

2023. 7.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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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사고와 유희 측면에서아날로그 인류와 더 구별되고대중문화 취향도 점점 다원화놀이문화, 세대 간의 분화 심화전통 미디어, 많은 노력 필요"MZ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다." MZ세대 관찰기의 다섯 번째 테제다.

아날로그 기성세대의 주 놀이터가 오프라인과 레거시 미디어였다면, 디지털 세대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똬리를 틀고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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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사고와 유희 측면에서
아날로그 인류와 더 구별되고
대중문화 취향도 점점 다원화

놀이문화, 세대 간의 분화 심화
전통 미디어, 많은 노력 필요

“MZ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다.” MZ세대 관찰기의 다섯 번째 테제다. 아날로그 기성세대의 주 놀이터가 오프라인과 레거시 미디어였다면, 디지털 세대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똬리를 틀고 놀고 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법이다. 온라인 삶이 주 터전인 MZ는 놀이 방식과 미학에서 기성세대와 갈라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 포스트 호모루덴스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현상을 다루는 내 전공(언론정보학)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의미’와 ‘재미’에 관한 학문이라고 대답한다. 인간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미디어를 통해 의미와 재미를 만들고 공유하며 살아간다. 의미는 인간 삶의 기준을 설정하고 일탈 행위를 파문하는 역할을 하는 것들인데 예를 들면 신념, 가치, 이념, 규범 따위로 명명된다. 재미는 일상생활, 대중문화, 예술영역 등에서 유희나 놀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의미와 재미는 인간 삶의 본질이자 존재 조건이자 궁극적 목표다.

내 묘비명에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던 삶’이라고 기록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사고하는 인간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와 유희의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MZ는 사고 측면만 아니라 유희 측면에서도 아날로그 인류와 점점 더 구별되고 있다. 이들은 탈(脫)호모사피엔스이면서 동시에 탈(脫)호모루덴스다.

#오징어 게임과 아날로그 놀이문화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전통 게임이다. 찬찬히 톺아보면 한국은 술래잡기, 숨바꼭질, 망까기, 사방치기, 얼음땡,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따위의 다양한 일상 게임 보유국이다. 아날로그 기성세대에겐 이 게임들이 어린 시절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에 서려 있는 추억의 한 자락이겠지만, 온라인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에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그야말로 신기한 아날로그 민속놀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은 디지털 세대에겐 역사 속 민속놀이에 불과하다. 이들 MZ의 놀이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온라인 공간의 게임이다. 사진은 라이엇 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의 실제 플레이 화면. 국민일보DB


디지털 세대에게는 게임하면 우선 ‘롤’(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온라인 대전 액션 롤플레잉 게임부터 먼저 떠올릴 것이다. ‘무슨 소리냐, 스타크래프트를 먼저 시작한 것도, 이 스포츠(e-sports)를 개척한 것도 우리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성세대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역시 MZ에겐 장수만세 시대 민속놀이 중 하나일 수 있다.

#MZ 대중문화 취향의 다원화

미디어 콘텐츠는 인간의 대표적 유희 수단 중 하나다. 미디어 과목을 강의해오면서 학생들의 대중문화 취향 조사를 자주 하곤 한다. 방송, 영화, 음악, 만화, 게임 같은 대중문화 장르에서 어떤 작품이나 아티스트들을 좋아하고 향유하고 있는지, 자신의 인생 드라마나 인생 영화는 무엇인지 등을 말이다.

가면 갈수록 MZ세대 대중문화 취향이 다원화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기성세대에게 인생 드라마나 인생 영화를 물으면 대체로 그 세대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몇몇 레퍼토리로 수렴되겠지만, MZ세대는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각양각색 리스트들로 발산될 확률이 더 높다.

#아라카르트(a la carte)와 마카롱 김치찌개 문화

햄버거 하면 불고기버거, 치킨버거, 치즈버거 중 하나이고, 샌드위치 하면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 달걀 토핑을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패스트푸드 점포의 키오스크 화면이나 진열대에 펼쳐진 현란한 선택지를 보면 대략난감 상황에 빠진다. 나 개인적으로는 배달앱으로 샌드위치 주문해 달라는 Z세대 여식의 요청에 어떤 메뉴를 원하는지 물었다가 ‘이탈리안 비엠티 15센티미터 플랫브래드 슈레드치즈 토스팅 피망 양파 피클 할라피뇨 빼고 스위트칠리 라즈베리쿠키’라는 문자를 받았던 그날의 당혹감을 결코 잊지 못한다.

나는 MZ 대중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무한한 선택과 조합을 선호하는 아라카르트 문화, 이질적 요소를 뒤섞는 하이브리드 문화로 파악한다. 그들은 개개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걸 선호하며, 조합 방식에도 어떤 일관성이나 법칙 같은 걸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이 개취(개인 취향)와 취존(취향 존중)을 내세우는 건 나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당당하게 마카롱 김치찌개라고 밝힐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개인 취향 중심의 혼종성이 기성세대에게는 몰취향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MZ에게는 오히려 힙(Hip)함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세대를 위한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 레시피 개발이 필요하다

놀이문화에서 아날로그 기성세대와 디지털 신세대 간의 분화가 심화되면서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는 새로운 세대 유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V 방송 출연진과 시청자층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20대에 데뷔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은 아재 세대가 돼서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의 중추다.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는 제작자나 시청자 측면에서 말 그대로 올드 미디어가 돼 간다. 디지털 인류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터넷 세상으로 몰려가고 있다. 놀이터가 달라지니 출연진도 달라진다. 그들에게 예능인은 크리에이터, 비제이(BJ), 스트리머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놀이터와 취향 분화가 반드시 나쁜 현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통의 본질이 의미와 재미의 공유라 한다면 세대 간에 즐거움을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통의 장애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세대 간 즐거움의 소통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인터넷방송 신세대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목도된다. ‘뿅뿅 지구오락실’처럼 일상 놀이 게임이라는 전통 예능 포맷으로 아날로그 대중문화와 디지털 대중문화 사이를 오가며 세대 공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인기는 매우 고무적이다. 영석이 형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는 디지털 인류들의 당찬 표정과 당돌함, 예상치 못한 행동을 맞닥뜨린 기성세대 PD의 당혹감은 사실 현 사회의 일상 영역에서 자주 목도되는 풍경이면서 세대 간 소통과 이해가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홍종윤 서울대 BK교수·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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