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봉독은 학생, 기도는 교사가…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함께 예배

박용미 2023. 7.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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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동산교회 목사
김정우 동산교회 목사가 16일 서울 관악구 교회에서 세대통합 사역을 통한 목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관악구 동산교회(김정우 목사)는 신림동 주택가에 위치한 전형적인 지역교회다. 1971년 유영빈 원로목사가 개척해 전통적인 예배방식을 고수했던 동산교회는 2009년 김정우(65) 목사가 부임한 후 좀 더 ‘젊은 교회’로 탈바꿈했다. 그 근간에는 김 목사가 뚝심 있게 시도한 ‘세대통합예배’가 있었다.

16일 교회에서 만난 그는 “우리 모두는 교회학교 청년부 장년부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의 몸이다. 눈코입부터 팔다리까지 함께 있는 게 몸이듯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존재하는 게 교회인데 부서별로 나눠서 드리는 예배는 효율성만 추구하고 있다고 판단해 세대통합예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 그 어디에서도 예배를 나이에 따라 모여서 드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 주의 설교와 기도를 모든 성도가 공유하면서 ‘교회의 하나 됨’을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매주 동산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는 예배를 따로 드리지 않고 장년세대와 같이 드린다. 특히 중고등부와 함께 드리는 10시 예배는 성경봉독은 학생이 하고 기도는 주일학교 교사가 하는 등 다음세대가 예배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설교도 김 목사가 20분, 주일학교 교역자가 10분씩 나눠서 한다. 10년 넘게 세대통합예배를 드린 결과 주일학교 학생들의 신앙은 풍성해졌고 장년들은 다음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

청년부만 가던 단기선교를 온 세대가 참여하는 단기선교로 확대한 것도 김 목사의 아이디어였다. “제가 부임하기 전에는 현장을 방문하는 일은 청년들이 하고 장년은 기도와 재정후원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린아이부터 권사님 장로님까지 함께 단기선교를 가다보니 같은 은혜를 나누면서 교제가 깊어졌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통합

김 목사는 정치적 혼란기였던 197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소위 ‘운동권 중심’에 있었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나라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총신대 신대원에 들어갔다.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윤리와 신약 석사학위,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기독교윤리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필라델피아 브니엘교회와 버지니아 맥클린장로교회에서 이민 목회를 하며 외로운 이민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2009년엔 고국 교회의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복음으로 세우고 싶다는 사명을 품고 동산교회에 부임했다.

“고국에 돌아가 소외 이웃을 위로하고 다음세대를 튼튼히 세우는 교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는 당시 주변 환경이 열악한 반면에 20~30대 청년이 40%에 가까운 동산교회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유 원로목사가 38년간 사역한 동산교회는 전통적인 예배 색채가 강한 곳이었다. 당시 카펫이 깔려 있어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했던 강대상을 마룻바닥으로 바꿨더니 눈물까지 흘린 장로도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신발을 신고 강대상에 올라갈 수 있느냐고 마음 아파하셨던 거죠. 하지만 저는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다행히도 대다수 성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목사가 좋은 쪽으로 교회를 인도할 것’이라고 믿어주셔서 제가 시도했던 많은 변화를 기쁘게 받아주셨어요.”

김 목사는 세대통합예배를 시작한 것 외에도 ‘목양 장로’ 제도를 도입했다. 장로가 마치 완장을 찬 것처럼 계급의식을 가지거나 탁상공론으로 회의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주일학교 교사나 셀 모임 리더를 거친 성도만 장로로 장립시켰다. 그 덕에 교회를 위해 눈물 흘리고 한 영혼의 귀함을 아는 장로들이 세워져 교회를 사랑으로 섬겼다. 뿐만 아니라 세 차례에 걸친 분립개척을 통해 크지 않아도 단단한 교회들을 곳곳에 세우려고 노력했다.

‘성도의 온전함’ 위한 목회돼야

김 목사는 오는 10월 조기은퇴를 한다. 이미 후임자도 세운 상태다. 건강상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의 교회가 더 역동적이고 건강해지려면 젊고 새로운 목회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원로목사가 2명이 되면 교회의 부담이 커질 것도 우려했다. 은퇴 후 그는 경기도 용인 칼빈대에서 석좌교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동산교회에서 목회하는 동안 성도들의 기도가 한국교회의 소중한 영적 자산임을 새삼 깨달았다며 자신을 도와준 성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목사는 후임 목회자는 물론 한국교회 많은 목회자들이 ‘성도를 온전케 하는’ 사명을 가질 것을 권면했다.

“성도들은 교회 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좋은 아내와 남편, 자녀, 직장인이 돼야 합니다. 목회자는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죠. 그런데 목회자들이 예배 세팅에만 주력하다보면 성도들은 예배에 참여하는 ‘구경꾼’이 될 뿐이고 목회자는 교회에 고용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목회자가 성도들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교회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담대하게 설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키우길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저도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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