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 논설위원이 간다] 모스크 갈등 원인은 ‘이슬람 포비아’ 아닌 행정력 부재 탓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논란
지난달 10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 “이미 우리나라 주택가에는 성당, 교회, 사찰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전에도 “타인의 종교를 폄훼하고 배척해선 안 된다”(5월 30일)라거나 “세계 속의 대구로 가려면 모든 사람과 종교를 포용해야 한다. 대구 일각의 종교 갈등을 우려한다”(5월 27일)고 했다.
홍 시장의 발언 후 이슬람사원을 건립 중인 북구 대현동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가 됐다. 언론에 주민들이 내건 돼지머리 사진까지 퍼지며 ‘이슬람 혐오’ 논란이 벌어졌다. 다른 종교를 비방하는 혐오적 행동은 분명 잘못이지만, 주민들은 사건의 본질이 종교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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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부지 공도 없는데 건축허가
주민들 “말도 안하고 사원 건축”
북구청 “주민 동의 사안 아냐”
유럽, 지자체 중재위 구성·합의
」
이 사안을 오랫동안 지켜본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종교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지만, 주택가 한복판 종교시설 때문에 침해받는 주민들의 생활권도 존중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을 중재하지 못한 행정력의 부재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가 한복판의 이슬람사원
지난 10일 오후 대구시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굳게 잠긴 철문 사이로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경북대 담장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은 10여 채의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주택단지다. 단지 한가운데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려면 남북으로 난 2개의 길 중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 양쪽 모두 폭 2~3m의 좁은 길이 이면도로와 연결돼 있다.
공사 현장 바로 앞집에 사는 김영자(72)씨는 “이곳에 처음 집을 지을 때 공도(公道)가 없어 주민들이 자기 땅을 조금씩 떼어내 사도(私道)를 만들었다”며 “단지 한복판의 이슬람 사원은 사실상 맹지”라고 말했다. 옆집의 조희연(81)씨는 “하루에도 백여명씩 우리 땅을 지나갈 텐데 왜 우리가 피해를 보아야 하느냐”며 “동의 없이 건물 지어놓고 사유지를 마음대로 드나들겠다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부터 인근 주택들을 차례로 매입한 경북대 무슬림 학생들이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김영자씨는 “처음엔 집을 짓는 줄 알았는데, 몇 달 뒤에 보니 사원이었다”며 “주택가 한복판에 공사하면서 어떻게 이웃들 의사도 묻지 않느냐”고 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북구청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은 “맹지에 허가를 내준 구청의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30~40년씩 살아온 주택가 한가운데에 사원이 들어서는 걸 누가 반기겠느냐”며 “처음부터 주민 의견은 묻지도 않은 구청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특히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종교 갈등으로 물타기 하는 홍준표 시장에게도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허가 난 건축용지는 맹지?
박상흠 변호사는 “구청의 건축 허가에 무리가 있던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지도만 봐도 공도가 없는 주택가 한복판”이라며 “원래 있던 일반 주택과 달리 높은 종교시설 건물이 들어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에도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될 경우 종교시설 건립이 불허되거나 취소된 적이 있다”고 했다.
Q : 건축 허가가 잘못된 건가.
A : “맹지는 지주가 직접 진입로를 내야 한다. 그동안 주거 목적으로 조금씩 땅을 떼어내 진입로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갑자기 다중이용시설이 들어오니 문제가 된 것이다. 지적도를 보면 사원 들어가는 길이 모두 사도다. (구청에서) 조금만 자세히 들여봤다면 주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Q : 구청도 공사를 중단시켰다.
A : “건축허가서 부관(附款)에 주민 불편 시 공사가 중지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허가는 내줬지만, 자기들도 찜찜하지 않았을까. 구청이든 건축주든 담장을 마주한 주민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했는데, 그걸 하지 않은 것 같다. 향후 통행료, 일조권 소송 등 여러 법적 이슈들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미희 대구시청 행정과장은 “법률상 맹지는 아니지만, 주민 사유지를 통해서만 왕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맹지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관이 북구청이어서 시가 조치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청 관계자는 “구청도 별문제가 없을 줄 알고 허가를 내줬다가 이슈가 커지니 매우 난감해하는 상황”이라며 “담당자가 사표까지 낸 거로 안다”고 했다.
손 놓은 북구청·경북대
논란의 당사자인 대구 북구청도 현재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나 마찬가지다. 사원 건축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이상훈 북구청 건축주택과장은 “향후 상황까지 우리가 알 순 없다. 건축주(이슬람 신도)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북구청의 설명이 필요해 질문을 연이어 던졌지만 행정 책임자인 그가 인터뷰를 계속 거절해 자세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주민들의 사전 동의가 없었나.
A : “(주민) 동의는 관계없다. 허가 시 동의 대상이 아니다.”
Q : 주민들은 맹지라고 주장한다.
A : “도로가 나 있다.”
Q : 사도, 즉 사유지 아닌가.
A : “지목을 확인해 봐라, 도로다.”
Q : 도로인 건 아는데, 사도가 맞나.
A : “도로라고 하지 않았나.”
Q : 그렇다면 공도인가.
A : “개인 도로다. 더는 답변하지 않겠다.”
이슬람 신도들도 적법한 절차를 따랐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한국법상 주민들로부터 서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며 “재건축이 결정됐을 때 학생들은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구두로) 알렸다”고 했다. 주택가 사원 건립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기존 주택도) 이미 모스크였다. 우리에겐 새로운 장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경북대에 재학 중인 이슬람권 국가의 학생은 244명. 지난 4월 경북대는 북구청으로부터 교내에 이슬람사원 건립을 요청받았지만 거절했다. 이 학교 장은영 주무관은 “현행법상 학교 안에 종교시설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학생들에게 종교시설 건립 대신 동아리방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대현동의 한 주민은 “사원 공사현장 앞에 돼지머리를 내건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인데 H빔이 올라가는 걸 보고서야 뒤늦게 사원인 걸 알았으니 주민들 입장에선 화가 날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다른 데 있는데 돼지머리 사진처럼 이슬람 혐오만 부각돼 안타깝다”고 했다.
일부 종교인 갈등 키워
갈등의 근본 원인은 사유재산권의 행사와 권리 침해, 이를 조율하지 못한 지자체의 행정력 부재에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과 종교인이 아전인수로 이슈를 왜곡하며 종교 갈등만 부각하고 있다.
지난 5월 대구에선 수도권 기독교총연합회 등 70여개 단체가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당시 연설자로 나선 박한석 목사는 “(인간이) 교만해져 바벨탑을 쌓고 무너졌다. 대현동 모스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가 기도하면 대현동 모스크 건축이 무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9일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당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홍준표 시장 규탄 집회를 열었다. 다음날 홍 시장은 이들을 “사이비 기독교 세력”이라며 비판했다. 주민들은 일찌감치 이슬람에 대한 차별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종교 갈등으로만 치부되는 양상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현동 이슈에선 종교의 자유와 기존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등 시민들의 여러 권리를 둘러싼 복합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문화 사회가 될수록 이런 일이 더욱 많아질 텐데, 이를 중재하고 해결하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문화 사회인 유럽은 종교시설 건립 등을 놓고 갈등이 생기면 지자체가 중재위원회를 구성하는 곳도 있다. 박상흠 변호사는 “영국 런던 킹스턴어폰템스 지역에선 이슬람 사원 건립을 놓고 수년간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어 합의에 도달했다”며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더 많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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