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모든 고대 문명의 저수지, 페르세폴리스
최초의 문명이 꽃핀 메소포타미아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왕국이 명멸했던 지역이다. 기원전 6세기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가 이 지역을 통일했다. 다리우스 1세와 크세르크세스 1세 때 전성기를 이루었는데 리비아부터 이란까지, 코카서스부터 아라비아 반도 전역을 영토로 삼은 대제국이었다. 이들 두 왕에 침략당한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그렸으나, 바빌론의 포로로 잡혀 왔던 유대인을 해방하는 등 ‘관용의 제국’이라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제국 내에 여러 수도를 두었는데 특히 페르세폴리스는 새로 건설한 계획 수도였다. 그리스 역사가가 “태양 아래 가장 부유한 도시”로 평가할 정도로 번창했으나 도시의 일상 부분은 사라졌고 궁궐 복합부 유적만 남았다. 5~13m 높이의 축대를 쌓아 조성한 동서 530m, 남북 330m의 거대한 인공대지 위에 궁궐을 건축했다. 기원전 330년 이곳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이 도시를 철저하게 약탈했고, 전승 자축의 광란에 못 이겨 불을 질러 궁궐을 파괴했다.
페르세폴리스는 춘분 축제 때 제국 모든 나라의 조공을 받던 곳으로 추정된다. 대계단을 통해 오르면 거대한 ‘만국의 문’이 조공행렬을 맞이하고 주 건물인 ‘100개 기둥 홀’로 안내한다. 이 접견 홀은 방문객 1만 명을 수용할 규모였다. 행로 상의 벽면에 사자와 황소, 조공 행렬인을 생생하게 새긴 조각들은 메소포타미아 예술의 최고 명작으로 꼽힌다. 안쪽으로 다리우스 대왕의 아파다나 궁전이 자리 잡았고, 더 안쪽으로 크세르크세스 등 후대 왕의 궁전이 세워졌다.
20m에 달하는 높은 열주와 일부 돌벽만 남았지만 거대 제국의 최초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한 위용을 간직하고 있다. 각지의 장인을 공사에 동원한 결과,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중해 문명의 요소가 융합된 그야말로 제국의 건축이었다. 200여 년에 걸쳐 증축된 거대 복합건물군이지만 시종 통일성을 유지한 마스터플랜도 신비롭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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