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5년에 ‘뒤죽박죽’… 원전 해체도 운전 연장도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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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인 나사 하나 안전운전 약속한다.' 지난 12일 찾은 부산 기장군의 고리1호기 심장부에는 여전히 이 표어가 걸려 있었다.
2021년 5월 원전 해체 승인이 신청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년 넘게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연장 운영이 가능해진 고리2호기 현장에서도 '탈원전 5년'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난해 3월 원안위에 연장 운영을 위한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가 신청됐지만 승인까지는 1년 넘게 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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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인 나사 하나 안전운전 약속한다.’ 지난 12일 찾은 부산 기장군의 고리1호기 심장부에는 여전히 이 표어가 걸려 있었다. 고리1호기의 심장인 터빈은 2017년 6월 영구정지 조치된 뒤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근무자들이 수시로 오갔을 발전기전압제어실 등 다른 시설도 을씨년스러운 모습만 남아 있다. 벌써 6년째 이 상태인데 현장 근로자들은 여전히 이 문구를 읊조린다.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필요한 표어이기도 하지만 고리1호기에 대한 아쉬움이 커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새 차를 폐기하려고 하니 얼마나 아깝겠냐”고 말했다. 박웅 고리1발전소 안전관리소장은 “아까운 설비가 많다. 예비 부품을 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지금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고리1호기는 한국 원전의 역사와 함께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 시작 전까지 건설에만 1561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를 4번 깔 수 있는 돈이었다. 이후 40년간 부산시가 10년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했다.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안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사실상 무사고로 운영을 종료했다. 국내 최초의 원전 해체 실증 대상에 올랐지만 이 기록은 아직 못 쓰고 있다. 2021년 5월 원전 해체 승인이 신청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년 넘게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연장 운영이 가능해진 고리2호기 현장에서도 ‘탈원전 5년’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1983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 지난 4월 설계수명이 다 하면서 멈춰섰다. 정부 정책 선회로 다시 터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해 3월 원안위에 연장 운영을 위한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가 신청됐지만 승인까지는 1년 넘게 걸릴 예정이다. 그동안은 쉴 새 없이 나사를 조여 가며 안전운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1986년 한수원에 입사해 첫 근무지가 이곳이었다는 모상영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지난 5년간 준비를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여전히 멈춰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과제도 있다. 연장 운영은 10년 단위로만 승인이 난다. 이런 이유로 고리2호기는 연장 승인을 받고 8년간 운영한 뒤 다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설계수명 만료 후 수명이 연장된 해외 원전 233기 대다수가 20년의 수명을 더 얻은 것과는 대비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국도 연장 기간을 20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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